히로뽕 우상(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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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 89년 대검찰청 통계를 보면 전체 마약사범중 연예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1.7%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약하면 먼저 연예계를 연상하는 일반적인 관념은 순전히 그들의 직업적 특성과 유명세 때문에 생긴 오해가 아닐 수 없다.
그들이 종사하는 직업적 세계는 현실이 아니라 가상의 허구다. 허구의 세계를 연출하고 관객을 그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그것은 부담없는 환상의 세계이기에 관중도 저항없이 몰입한다. 그것이 그들의 역할이요,소임이기도 하다. 그것은 도취의 세계요 때로는 광기의 세계일 수도 있다.
도취와 광기를 보다 실감나게 연출하기 위해 자기의 능력이상의 힘을 마약이라는 수단에 의존하려는 욕구도 있을 것이다. 또 어떤 사람들은 그런 생활속에서 현실과 허구의 미분화상태에 빠져 마약을 현실생활의 환각과 쾌락으로 연장시키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프로야구계에 마약이 침투해 화제가 되고 있다.
스포츠의 세계는 환상과 도취와는 정반대로 정신력과 기량,힘을 최고도로 발휘해야 하는 엄정하고 냉혹한 세계다. 따라서 마약사용의 목적도 기량과 힘을 극대화시키고 스트레스를 덜받겠다는데 있다. 세계적인 축구스타 마라도나,올림픽 금메달리스트며 미국 마약박멸운동의 TV캠페인에도 등장했던 권투챔피언 레너드 역시 마약상용자였다.
연예인이나 스포츠맨이나 마약에 손을 대면 직업인으로서의 인생은 끝장이 난다. 우리가 문제시하는 점은 그들의 개인적인 운명보다는 그들의 행태가 사회에 끼치는 부정적인 영향이다. 이들이 모두 청소년을 비롯한 대중의 첫손 꼽히는 인기인이라는 점이다. 공연장과 경기장에서 관중으로부터 받는 환호와 갈채는 이들이 이 시대 대중의 영웅이며 우상임을 입증한다.
대중의 동경과 흠모의 대상이 마약에 손을 대고 있다는 사실이 미치는 사회적 영향은 적지 않다. 실망이나 혐오가 아니라 오히려 흉내를 내보려는 심리적 충동을 받을 수도 있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동일시 현상이다. 좋아하는 사람의 성격이나 행동을 모방함으로써 일체감을 갖는 심리적 메커니즘이 특히 청소년들 사이에 강하기 때문에 우려가 그만큼 큰 것이다.
그런면에서 연예인이나 운동선수도 일종의 공인이다. 그래서 이들의 마약사용 확산에 사회가 엄격히 대처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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