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회, 노동문제기여미흡|가톨릭노동사목 전국 협 노동자766명 대상 설문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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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우리나라 노동자들은 천주교에 대해 전체적으로 반감보다는 호감을 보이고 있으나 천주교회의 노동자문제에 대한 관심과 기여도에 대해서는 매우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실은 가톨릭노동사목전국협의회(회장 윤순녀)가 노동헌장 반포 1백주년을 맞아. 전국 20여개 지역7백66명의 노동자(가톨릭신자 l백86명 포함)를 대상으로 최근 실시했던 「한국천주교회를 바라보는 노동자의 의식조사」결과 밝혀진 것이다.
종교일반, 교회의 사회적 실천, 천주교에 대한 소감, 천주교내의 논쟁점, 현정부에 대한 견해 등에 걸쳐 총l8개 문항으로 실시된 이 의식조사에서 노동자들은『한국천주교회에 대해 어떤 느낌을 갖고 있는가』라는 물음에 전체의 5.2%(40명)가『반감을 갖고 있다』고 대답한 반면 36.8%인 2백82명은『호감을 갖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러나『한국천주교회가 노동자들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실질적 힘이 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이라는 질문에는『몇몇 신부나 단체를 제외하면 대부분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한 사람이 66.6%인 5백9명,『별로 관심이 없고 도움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한 사람이 5.7%인 44명이나 돼 노동자들 사이에서 노동문제에 대한 한국천주교회의 역할이 매우 부정적으로 비쳐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최근 천주교내에서 논란을 빚고 있는 문제 가운데『교회가 많은 성금을 모아 성지를 개발하거나 기념 성당을 짓는 일』에 대해서는 15.8%가『신자들의 신앙심을 높이기 위해서는 필요하다』고 대답한 반면, 전체의 67%(5백13명)는『가난하고 사회적 지위가 약한 사람들의 소외감을 더욱 부채질한다고 생각한다』고 대답, 많은 노동자들이 교회의 외형적 사업추진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나타냈다.
또 이른바 평화방송사태에 대해서는 전체의 73%가 노조원의 구속·해고사태를 부른 천주교재단의 처사에 반대를 표시했으며, 그중 35%는『천주교회 지도부가 정권과 유착, 민주화대열에서 멀어지고 있다고 본다』고 대답, 주목을 모았다. 천주교재단학교의 전교조가입교사 대량 해고조치에 대해서는『전교조가 불법단체이므로 잘한 일』이라고 대답한 사람이3.1%에 그친데 비해『전교조는 정당한 단체이므로 천주교재단이 적극지원·보호했어야 한다』가 70.8%,『전교조가 불법단체라도 종교적 양심상 보호해주었어야 한다』가 14%로 전체의 약 85%가 반대의견을 표명했다.
한편 종교일반에 대한 인식에서 조사에 응한 노동자들은 32.7%가 종교를 갖지 않는 이유로『종교가 본래정신에서 벗어나 건물 등의 화려함이나 큰 규모의 행사중심으로 흐르기 때문』이라고 대답했으며 종교가 중점을 두어야 할 일로 전체의43.5%가『사회정의의 실현』이라고 대답, 사회정의문제를『도덕성의 회복』(33.6%)이나『영혼의 구원·해탈』(17.4%)보다 우위에 두고있음을 나타냈다.
응답자들은 또 노동자에 대한 지원, 인권옹호운동, 통일운동, 사회부정에 대한 반대운동등 교회의 구체적인 사회적 실천에 대해서는 각각 80%이상의 압도적인 찬성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노동자들은 현재의 6공화국정부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정부가 노동자 등 서민들보다는 재벌등 기업주의 편에 선 정책을 편다』(60.1%),『현 정부는 대다수 국민의 뜻과 어긋나 있다고 본다』(32.4%)등으로 전체의 92.5%가 매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정교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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