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요리방] 후닥닥 와인파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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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들어 재즈 선율이 더욱 가슴 깊이 파고 든다.

가을을 타는 모양이다.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는데….

'그럼 내가 남자? 트랜스젠더? 으윽.'

'남자인 꼼꼼이가 더 심할 텐데…. 그래 오랜만에 와인으로 타는 가을을 풀어보자.'

냉장고 문을 열었다. 크림치즈.브리치즈.베이컨.올리브…. 채소 박스엔 사과와 고구마도 보였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판을 키워버려?'

넉넉한 재료를 보자 머릿속은 벌써 '꼼꼼이와 앙실이만의 와인 즐기기'에서 '가을을 타는 주변 인물들을 집합시켜 와인 파티를 열자'로 발전했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마음이 즐거워졌다. 기분이 변하기 전에 서둘러 "띠디띠디띠디디." 여기저기 전화번호를 눌렀다.

"우리집에서 번개 와인 파티를 연다, 올래???"

"빈 손으로 오기 민망하면 와인 한병 들고 와도 좋아요"란 말도 빼놓지 않았다.

그래도 옆구리가 시린 청춘남녀들은 모두 오케이란다.

당장 우리집으로 향하기로 한 사람들은 3명. 하던 일을 마치고 잠시 뒤 출발한다는 사람이 2명. 제법 대규모 행사로 발돋움했다.

'자! 지금부터 안주 준비다.'

일단 요리책을 뒤졌다. 레드 와인에 어울리는 안주로는 치즈가 제일이란다. 레드 와인의 떫은 맛을 치즈가 완화시켜 준다는 설명이 그럴 듯하지만 제일 간편하게 마련할 수 있어 반가웠다.

화이트 와인에는 과일이나 야채가 들어간 안주가 눈에 띄었다. 그냥 썰어내기는 민망하니 살짝 조리 과정을 거치는 것에 눈이 멈췄다.

마침내 손쉽게 만들 수 있는 크림치즈가 들어간 카나페, 요깃거리도 될만한 파인애플을 곁들인 소시지 베이컨말이, 냉장고에 있는 고구마를 활용한 고구마 오븐 구이로 결정했다.

"조물조물… 꼼지락꼼지락".

몇 차례 소리를 내고 나니 흰 접시에 예쁘게 자리잡은 와인 안주가 만들어졌다.

"우와, 멋지다." "앙실이 용됐네." "오래살고 볼 일이야." "혹시 사온 것?"

참가자들이 욕인지 칭찬인지 모를 말들을 늘어놨다. 그래도 싫지 않았다.

차가운 가을 밤바람이 살살 거실창을 넘어왔지만 우리들의 쫑알거림과 웃음소리가 공기를 금세 따뜻하게 데워주었다. 덩달아 식탁 옆에는 빈 와인 병이 하나둘 늘어갔다.

그런데….

가을을 타는 사람들을 풀어주려고 벌인 와인 파티가 시간이 흐를수록 참가자들의 얼굴을 단풍잎처럼 빨갛게 물들이는 건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 치즈·베이컨 등 번개안주 차림

◇ 크림치즈 카나페

▶재료(4인분)= 크래커 16개, 딸기 크림치즈 한통, 블랙 올리브 4개, 방울토마토 4개

▶만드는 법= 블랙 올리브와 방울 토마토는 둥근 모양을 살려 4등분으로 잘라 놓는다. 크래커 위에 딸기 크림치즈를 바르고, 올리브와 토마토를 보기 좋게 얹어 낸다.

◇ 파인애플을 곁들인 소시지 베이컨말이

▶재료(4인분)= 비엔나 소시지 12개, 베이컨 12장, 파인애플 통조림 3쪽, 꼬치용 이쑤시개 12개, 올리브유 약간, 오이 1/2개

▶만드는 법=비엔나 소시지를 베이컨으로 돌려 말아 이쑤시개를 꽂아 올리브유로 살짝 구워낸다. 파인애플은 부채꼴 모양으로 4등분해서 베이컨말이 꼬치에 꽂아 함께 낸다. 접시에 돌려 담은후 얇게 썬 오이 장식으로 마무리한다.

◇ 고구마 오븐 구이

▶재료(4인분)= 고구마 2개, 크림치즈 적당량, 오이 1개, 파슬리 약간

▶만드는 법= 고구마를 지름 4㎝.두께 1㎝로 동그랗게 잘라 오븐에 굽는다. 구운 고구마 위에 오이를 놓고 위에 크림치즈를 살짝 얹어 낸다. 그 위에 파슬리 가루를 살짝 뿌려준다. 오븐이 없는 경우 프라이팬에 기름을 살짝 두르고 약한 불에 은근히 구워 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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