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손가락의 환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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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지난해 처음으로 한국에서 상용화 서비스를 시작한 고속영상이동통신인 HSDPA(고속하향패킷접속)와 와이브로(초고속 휴대인터넷)가 올해는 우리의 일상 생활에 더 가까이 다가올 것 같다. SK텔레콤과 KTF가 상반기까지 HSDPA 전국 서비스망을 구축한다. HSDPA 등 최신 서비스들은 우리 생활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보는 전화' 시대 성큼=올 하반기께엔 길거리에서 팔을 쭉 뻗고 휴대전화를 보면서 혼자 중얼거리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HSDPA는 3세대 이동전화 기술인 WCDMA(광대역 부호분할다중접속)가 한 단계 진화한 기술로 화상통화는 물론, 고속으로 대용량 데이터 통신을 할 수 있다. 그래서 HSDPA는 이동통신 서비스를 '듣는 전화'에서 '보는 전화'로 업그레이드한다.

화상통화 기능과 함께 화상 채팅, 영상 컬러링 등 관련된 부가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지금은 휴대전화 간의 화상통화만 가능하지만 향후 웹투폰(인터넷과 휴대전화 간의 영상통화) 등으로 확대된다. 기자가 실제로 화상통화를 해보니, 상대방 표정까지 읽을 수 있을 정도로 화질은 비교적 선명했다. 상대방이 어두운 곳에 있으면 잘 안 보이고, 가끔 끊김 현상도 있었지만 통화에 방해될 정도는 아니었다.

HSDPA는 14.4Mbps의 속도로 데이터를 내려받을 수 있지만 현재 나와 있는 단말기는 1.8Mbps까지 지원하고 있다. KTF 이정우 차장은 "우리가 전국 서비스를 시작하는 3월에는 3.6Mbps까지 지원하는 새 단말기가 나올 예정"이라며 "속도가 빨라지면 끊김 현상은 지금보다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무선 인터넷 활성화=SK텔레콤의 HSDPA 가입자는 14만 명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노트북 등을 이용해 인터넷에 접속하는 'T로그인' 가입자가 4만5000명 선이다. 월 2만9900원을 내면 한 달 동안 1GB(기가바이트)의 정보를 내려받을 수 있다. 이 정보량을 넘어서면 더 쓴 만큼 돈을 내야 한다.

KTF도 내장형 모뎀이 달린 LG전자 노트북 소지자를 대상으로 무선 인터넷 서비스를 하고 있으며, 이달 중 SK텔레콤처럼 외장 모뎀을 이용한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다.

글로벌 로밍도 한결 편해진다. HSDPA 환경에서는 국내에서 사용하던 휴대전화와 전화번호를 그대로 해외에서 사용할 수 있다. 이런 자동 로밍은 이제까지 주파수 차이 때문에 SK텔레콤만이 할 수 있었다.

또 고속 데이터 서비스가 가능하기 때문에 휴대전화에서 영화.교육 등 멀티미디어 콘텐트를 더 쉽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모바일 분야에서도 고객 참여형 콘텐트(UCC)의 인기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HSDPA 이용하려면=서비스에 가입할 때 010 식별번호 소지자는 그대로 번호이동을 할 수 있다. 하지만 010이 아닌 다른 식별번호를 가지고 있다면 010으로 신규 가입을 해야 한다. 단말기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SK텔레콤은 HSDPA 가입자에게 보조금 30만원을, KTF는 2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나와 있는 HSDPA 단말기는 800㎒와 2㎓ 주파수 대역에서 함께 쓸 수 있는 겸용 단말기(DBDM;듀얼밴드 듀얼모드)지만 전국 서비스가 시작되면 2㎓ 전용 단말기(SBSM;싱글밴드 싱글모드)가 나온다. 이 전용 단말기는 겸용 단말기에 비해 두께는 얇고 가격도 20~30% 저렴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와이브로 단말기 나온다=한 달에 1GB 이상의 데이터를 사용한다면 와이브로를 이용해볼 만하다. 전송속도가 HSDPA보다 빠르고, 요금도 싸지만 이용지역이 넓지 않은 게 단점. SK텔레콤은 서울 일부 지역에서만 제한적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하지만 KT는 4월부터 서울 전역과 수도권 주요 도시로 서비스지역을 넓힌다.

이제까지 와이브로는 내장형 와이브로 모뎀(PCMCIA)이 장착된 노트북에서만 이용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와이브로 서비스에 어울릴 만한 휴대용 단말기가 나온다. KT는 3월까지 와이브로 카드가 내장된 작은 노트북 형태의 UMPC(Ultra Mobile PC)와 PDA, CDMA 기능이 내장된 스마트폰, USB 형태의 수신카드를 내놓을 계획이다. 4월 이후에는 와이브로용 PMP(휴대용 멀티미디어기기) 등도 시장에 나온다. KT는 와이브로와 이동통신을 결합한 서비스상품을 준비 중이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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