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전은『제3의 물결전쟁』"|앨빈 토플러, 미월드 모니터지 기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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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제3의 물결』의 저자인 앨빈 토플러가 걸프전을 전쟁사에서 새로운 혁명으로 평가하면서 이번 걸프전쟁이「제3의 물결전쟁」이라는 새로운 정의를 내렸다.
토플러는 크리스천사이언스 모니터가 발행하는 월간지 월드모니터에 기고를 통해 인류의 산업이 제1물결에 해당하는 농경시대, 산업혁명으로 상징되는 대량생산 시대 즉 제2의 물결을 거쳐 고도의 기술을 바탕으로 개성의 시대 즉 제3의 물결시대를 맞고 있듯이 전쟁도 1, 2의 물결을 거쳐 제3의 물결시대를 맞았으며 이번 걸프전이 이를 극명하게 대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토플러의 주장에 따르면 전쟁에서의 제1물결은 산업의 농경시대와 일치하는 것이며 전쟁의 양상도 칼이나 창과 같은 유치한 무기에 의존하여 병사들간 1대1의 몸싸움이 고작이었다.
18세기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산업혁명이 도래하면서 산업은 대량생산이라는 제2의 물결을 맞았으며 이와 병행, 전쟁도 대규모화하여 대량살상이라는 제2의 물결을 맞았다고 분석했다.
전쟁에서의 제2의 물결은 1, 2차 대전으로 대변된다.
1차대전의 경우 총7백만명이 사망, 전쟁기간중 한달 평균13만7천명이 사망했으며 2차 대전 때는 매달 38만8천명이 죽었다.
전쟁의 개념조차도 전면전 혹은 총력전화하여 군과 민간의 구분이 없어졌으며 무기도 불특정다수를 겨냥한 대량살상용 무기가 주류를 이루었다.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탄이 그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대량살상을 바탕으로 한 제2의 물결은 월남전까지 지속되었다.
B-52의 융단폭격, 밀림을 모두 죽이는 고엽제의 살포 등 2차대전 때의 전쟁개념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산업이 이미 고도의 기술사회로 접어들었듯이 전쟁도 이번 걸프전을 통해 제3의 물결에 접어들었다.
산업에서 대량 생산 체제가 쇠퇴하고 대신 분야별 전문화·특수화의 길을 걷듯이 전쟁도 대량 살상 체제에서 벗어나 파괴 목표를 한정시키는 등 새로운 양상으로 접어들었다.
전쟁의 개념도 물리적인 무력의 대결이 아니라 정보와 기술의 싸움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정확과 신속이 최고의 가치가 되었으며 이는 컴퓨터·첩보·통신위성·레이저 등 고도의 기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걸프전에서 연합군은 모두 7만회의 출격을 감행, 공습역사상 최대의 규모였으나 그 규모에 비해 민간인 사상자가 의외로 적었다.
토플러는 이라크가 민간인 피해가 엄청나다고 주장을 하고있으나 실제는 수백 혹은 수천명에 불과하며 이 숫자를 열배로 늘린다해도 2차대전 당시의 민간인 피해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적다고 주장하고있다.
토플러는 유도미사일등이 공격대상물의 굴뚝까지도 찾아가는 장면을 상기시키며 월남전 때 만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대량생산에 의존하던 제2의 물결이 지나가고 컴퓨터 등 고도의 기술과 정보를 이용, 개성 있는 상품을 생산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듯이 전쟁도 무차별 폭격 등 대량살상체제에서 목표를 한정시켜 공격하되 이를 통해 적을 꼼짝못하게 만드는 제3의 물결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이다.
제2의 물결까지의 전쟁은 영토를 빼앗고 빼앗기는 영토의 싸움이었다면 제3의 물결의 전쟁은 시간을 놓고 싸우는 전갱이 되었다.
또 제3의 물결의 산업처럼 전쟁도 정보와 지식을 추구하게 됐으며 그 역할은 컴퓨터가 맡게 되었다.
사업에서 고도로 훈련된 지적인 근로자를 요구하게 되었듯이 병사들에게도 고도의 지식을 요구하게 되었다.
수천대의 전투기를 동시에 출격시켜 각자의 공격목표를 동시에 파괴하는가 하면 50만명의 지상군에 동시에 임무를 부여하는 등 이번 걸프전이 보여준 것같이 제3의 물결 전쟁은 고도의 상호연계성을 필요로 한다.
물론 이러한 유기적인 연계는 컴퓨터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걸프전은 강철과 실리콘의 싸움에서 실리콘이 승리한 것이며 기계와 시스팀의 싸움에서 시스팀이 승리한 것이다.
토플러는 이라크 군이 수천대의 탱크를 보유하고 수백대의 최신 전투기로 무장했으나 제2의 물결 전쟁개념을 벗어나지 못했고 미국은 80년대로 접어들며 전쟁의 개념을 제3의 물결에 맞게 수정, 이번에 처음 적용한 것이라고 주장하고있다.
따라서 이번 전쟁은 제3의 물결이 제2의 물결에 승리한 역사적인 전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는 제3의 물결의 전쟁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고 있다고 나름으로 정의하고 있다.
제3의 물결 전쟁은 ▲반 대량파괴 ▲군대 무기체제·임무의 극도의 세분화 ▲광범한 전자식 하부구조 ▲고도의 이동성 ▲시간에 대한 강조 ▲위성 등 우주능력에 대한 광범한 의존 ▲정확한 공격시점을 위한 통신 및 조정능력 등을 갖춘 점이라는 것이다.
토플러는 걸프전을 단순하게「하이테크 전쟁」혹은「공군력의 승리」로 취급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전쟁은 단순하게 물량적으로 좀더 발전된 기술이 적용된 것이 아니라 전쟁과 폭력에도 산업에서의 제3의 물결처럼 고도의 지식과 정보가 혁명적으로 유입된 경우라는 것이다.
이번 전쟁을 계기로 기존의「전면전」「방위」의 개념도 바뀌게 되며 이에 따라 징병제도, 군과 민간의 관계 등에도 혁명적인 변화가 예견되며 따라서 정치인·군전략가·무기감축 협상당사자 등이 이러한 혁명적인 변화를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워싱턴=문창극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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