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총선前 '분권형 대통령' 개헌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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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한나라당 주요당직자회의 모습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대표와 서청원(徐淸源)전 대표, 강재섭(姜在涉).김덕룡(金德龍)의원 등 당의 핵심 중진들이 12일 내년 4월 17대 총선 전에 헌법을 개정해 현행 대통령 중심제를 분권형 대통령제로 바꾸고, 선거구제는 소선거구제에서 도농(都農)복합선거구제로 개편하자는 데 원칙적인 합의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홍사덕(洪思德)총무도 최근 총선 전 개헌을 언급한 바 있다.

분권형 대통령제에 대해선 민주당 박상천(朴相千)대표 등 다수 의원이 찬성하고 있어 한나라당이 총선 전 개헌을 본격 추진할 경우 국회 의석 3분의 2가 넘는 양당의 공조만으로도 개헌안 통과가 가능하다.

이날 崔대표의 초청으로 이뤄진 비공개 조찬회동에서 徐.姜.金의원은 "대통령에게 모든 권한이 집중되는 대통령 중심제가 그대로 유지되는 한 불법 대선자금의 문제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차제에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하는 분권형 대통령제로의 개헌을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며, 그래야 국면도 전환된다"고 말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세 의원은 "분권형 대통령제로 개헌할 경우 그 효력을 내년 총선 직후부터로 해야 한다"면서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는 보장하되, 총리직은 총선 결과에 따라 원내 다수당이 맡아 명실상부한 책임총리제를 시행하는 것이 개헌의 핵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이 참석자는 밝혔다.

이들은 또 "盧대통령이 재신임 카드를 던지며 대선자금의 전모를 파헤치자고 나오는 것은 결국 중대선거구제를 하자는 것이므로 분권형 대통령제를 추진하되 선거구제 문제에 있어선 다소 양보할 필요가 있다"면서 "도시는 중대선거구제, 농촌은 소선거구제로 하는 도농복합선거구제를 검토하자"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崔대표는 개헌의 필요성에 동감을 표하고 "다만 여론의 지지가 필요한 만큼 시간적 여유를 갖고 당 내부는 물론 다른 당과의 공감대 형성에 주력하자"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분권형 대통령제란=국방.외교.통일 등 외치(外治)분야는 대통령이 맡고, 행정.경제 등 내치(內治)는 국무총리가 맡는 권력구조. 대통령과 총리의 권력이 나눠져 있어 이원(二元)집정부제라고도 한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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