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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now] '봉사 + 학습 = 학점' 서비스 러닝 새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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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사회봉사단체의 심벌마크와 로고를 무료로 디자인해 주는 미대생, 복지 시설 식단을 짜 주는 식품영양학과 학생, 저소득층 자녀를 찾아가 영어를 가르치는 영문학도…. 대학가에 등장한 '서비스 러닝(Service Learning.봉사+학습)' 수업의 풍경이다. 서비스 러닝은 학생의 전공 지식을 사회 봉사에 접목한 새로운 수업 방식이다. 1990년대 후반 국내 대학엔 봉사 시간에 따라 학점을 주는 봉사학점제가 도입됐다. 하지만 지정된 몇몇 복지시설에서 단순히 부족한 일손을 돕는 차원에 그쳤다. 하지만 서비스 러닝은 전공 지식에 맞는 전문적인 봉사가 가능하다.

◆공익단체에 CI 기증=경희대 시각디자인과 4학년들은 지난해 말 사회 봉사단체들에 새로운 '얼굴'을 선물했다. 전공인 '아이덴티티 디자인' 수업에서 1년간 제작한 새 심벌마크와 로고를 무료 기증한 것이다.

이 수업은 본래 기업의 통합이미지(CI)를 제작하는 실습 강의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기업 대신 공익단체의 CI를 바꿨다. 학과장 김형석 교수는 "CI는 단체를 알리는 중요 수단인데도 형편이 어려워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다"며 "이를 안타깝게 여겨 학생들에게 제안했다"고 말했다.

CI 제작엔 적게는 수백~수천만원, 대기업의 경우 수억원까지 든다. 학생들은 1학기 초 CI가 없는 밤골아이네공부방.행동하는양심.문화복지연대 등 모두 16개 단체를 찾아 디자인에 착수, 지난해 말 단체별로 5~6개의 시안을 완성해 기증했다. 이 중 14개 단체는 새 CI를 홈페이지.간판.명함.문서에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이 학교 시각디자인과 4학년 정미희(25)씨는 "단체로부터 직접 평가를 받는 등 취업 뒤 경험할 실무를 미리 맛본 셈"이라며 "그동안 배운 전공이 사회에 도움이 돼 뿌듯하다"고 말했다.

◆복지시설 찾고, 저소득 자녀 가르치고=학교 차원에서 서비스 러닝 수업을 도입한 서울여대는 현재 16개 강좌를 개설하고 있다. 지난 학기 식품영양과 학생들은 매주 복지시설을 찾아가 식단표를 직접 작성하거나 독거노인에게 도시락을 배달했다. 경영학과생들은 어린이 경제 캠프에서 교사로 활동하고, 전산학 전공자들은 노인과 탈북자에게 컴퓨터를 가르쳤다. 전공에 따라 저소득층 아동의 의료 실태 조사를 하거나 자폐아에게 동화 등을 들려 주는 심리 치료도 했다.

각 대학 사범대생에겐 저소득층 어린이 지도가 인기다. 한국외대 영어교육학과는 결손 가정이나 저소득층 자녀를 방문해 영어 지도와 상담을 병행하는 '영어교육 현장실습'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동사무소에서 소개받은 중학생을 1학기에 걸쳐 매주 2~3시간씩 일대일 지도한다.

고려대엔 인근 중학교의 '방과 후 수업' 교사를 맡는 실습 수업에 매년 200여 명의 학생이 몰리고 있다. '신즐고만'(신나고 즐거운 고대부중 만들기)이란 이름으로 유명하다. '대학생 선생님'은 국어.영어.수학.사회를 지도하고, 마술.댄스 등 특별 활동을 가르치기도 한다. 수업료는 전혀 없어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을 덜어 주고 있다.

천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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