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건강설계 시대 ① 재테크하듯 '건강 포트폴리오' 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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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과 직장에서 나름대로 성공한 안모(51.서울 서초동)씨는 지난해 말 충격을 받았다. 건강검진 결과 당뇨병과 고혈압 진단을 동시에 받았기 때문이다. 병의 원인은 잦은 음주와 운동 부족, 과식이었다. 키가 1m64㎝인 안씨의 체중은 20대엔 62㎏이었다. 안씨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체중이 30대에 66㎏, 40대 70㎏을 넘을 정도로 급격하게 불었다.

가톨릭의대 성모병원 정해억 교수는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안씨는 5~10년 뒤엔 심장마비.뇌졸중.콩팥 질환 등 합병증이 나타나 돌이키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안씨의 병이 시작된 것은 이미 5~10년 전일 것으로 추정한다. 실제 그는 40대 초반 혈당치가 110으로 당뇨 직전 단계인 내당능장애 판정을 받았었다.

안씨와 같이 잘못된 생활 습관으로 질병을 키우는 사람이 늘고 있다. 최근에는 어린이와 청소년이 잘못된 식습관으로 인한 고도비만 진단을 받기도 한다. 1981년 1.4%에 불과했던 어린이 비만은 2002년 18%로 급증했다. 의료계에서는 이런 비만 어린이와 청소년을 '신인류'라고 부르기도 한다.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는 "좋은 습관이 평생 건강을 결정짓는다는 점에서 재테크를 하듯 건강 포트폴리오를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조비룡 교수는 "성인병 환자들은 어릴 때부터 또는 중년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건강 설계를 하지 못한 사람들"이라며 "생애 건강주기별로 잘 관리해도 대부분 무병장수를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생애 건강주기란 일생을 살면서 몸의 건강 상태가 크게 바뀌는 전환기를 말한다. 보통 유아기(0~6세).청소년기(13~16세).청년기(30~35세).중년기(45~48세).노년기(65세 이상)로 나뉜다. 시기별로 건강 관리의 요령이 다르다.

유아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식습관 등 바른 건강 습관을 갖는 것이다.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 최윤호 교수는 "9세 이전에 칼슘을 충분히 섭취한 어린이는 노년이 됐을 때 훨씬 높은 골밀도를 유지한다"고 식습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후 ▶청소년기에는 흡연.음주.정신건강▶청년기에는 스트레스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각종 성인병이 발생하기 시작하는 중년기엔 정기검진과 운동이 중요하다. 노년기에 들어서면 긍정적인 삶을 살며 치매.기력 저하에 유의해야 한다.

최 교수는 "치매 예방을 위해선 20세 이전에 언어능력을 발달시키는 것이 좋다는 보고가 있다"며 젊은 시절이 노후 건강관리에 영향을 준다고 강조했다.

캐나다.미국.호주 등 일부 선진국에서는 국민 건강을 '자원'으로 간주해 이미 정부 차원의 생애 건강관리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르면 올 4월부터 만 16, 40, 66세를 맞은 국민을 대상으로 생애 전환기 건강검진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건강팀=고종관·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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