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농구] 하은주·하승진 '남매 아니랄까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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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큼성큼 백코트하는 뒷모습이 똑같다.

일본에 귀화했다가 국내 여자프로농구로 복귀한 하은주(24.신한은행.사진(左))와 한국인으론 처음으로 미국프로농구(NBA)에 진출했던 하승진(22.(右)) 남매 얘기다. 하승진은 현재 NBDL(NBA 산하 개발리그)의 애너하임 아스널에서 뛴다.

아버지 하동기씨는 "나는 잘 모르겠다"고 하지만 농구계에서는 "남매치고도 얼굴과 뛰는 폼이 매우 닮았다"고 말한다. 하승진은 2m23㎝, 하은주는 2m2㎝다. 한국 농구의 미래를 짊어진 젊은 센터라는 것 이외에도 남매는 비슷한 점이 많다. 농구선수 출신 아버지를 닮아서인지 볼을 잘 다루는 편이고, 슛 터치도 좋다. 골밑에서 압도적인 힘을 발휘하지는 못하나 패스 능력이 좋고 잘 뛴다. 최고가 되겠다는 의욕도 넘친다. 적극적으로 수비를 하다 보니 파울도 잦다.

두 선수 모두 어려서 큰 시련을 겪은 것도 공통점이다. 하은주는 국내에서 무릎 연골 수술을 받을 때 학교에서 선수 포기 각서를 요구해 일본으로 건너가야 했고, 귀화까지 했던 아픔이 있다. 하승진도 중학교시절 허벅지 뼈가 부러져 몇 년간 농구를 하지 못했다. 그러나 두 선수 모두 좌절을 딛고 하은주는 일본 오카고등학교를, 하승진은 삼일상고를 고교농구 최강으로 키웠다. 하은주는 한 경기 46득점, 하승진은 한 경기 덩크슛 9개의 기록을 갖고 있다.

두 선수 모두 '키값'을 해야 한다는 부담을 많이 느끼는 것 같다. 하동기씨는 "은주와 승진이 모두 평소 실력을 경기에서 발휘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 했다. 하은주는 무릎 부상 여파로 아직 몸을 만들지 못했다. 농구인들은 "몸이 좋아지면 과거의 세련된 농구가 돌아올 것"이라고 예상한다. 하승진은 아직 경험이 부족한 상태다.

남매는 소속팀 감독으로부터 비슷한 주문을 받는다. 신한은행 이영주 감독은 "몸이 좋지 않으니 공격과 수비 중 우선 한 가지를 잘한 후 영역을 넓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스널의 래리 스미스 감독은 "모든 점에서 좋은 선수가 되는 걸 목표로 하면 안 된다. 슛블록 등 한 가지 장점을 살려서 주력하는 게 NBA 진출에 더 유리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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