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술로 한국전 전사자 유해 발굴·감식 '한국판 JPAC' 창설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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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첨단 기술을 활용해 전사자 유해를 발굴하는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 10일 창설됐다. 이 조직은 전사자 유해 발굴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는 미국의 하와이 감식단(JPAC : 합동 전쟁포로.실종자 확인사령부.로고)을 본떴다.

유해발굴감식단장 박신한 대령은 이날 "육군본부에 있던 군 유해발굴 조직을 국방부로 통합하고 조직.인력을 대폭 확대했다"고 밝혔다. 7년 전 육군본부 내에 설치됐던 유해 발굴 조직은 1개 과(장교 5명+부사관 1명)와 1개 유해발굴반(18명) 등 24명에 불과했다.

이번에 창설된 감식단은 4개 과(계획과.발굴과.감식과.지원과)와 4개 발굴반 등 총 85명으로 늘어났다. 인력의 질도 높아졌다. 생물학적으로 인체의 변화를 확인하는 형질인류학 전공자와 폭발물 전문가, 사진기록 담당, 탐색요원 등을 충원했다.

감식단 창설에 따라 그동안 전사자 유해의 소재를 찾는 과정을 제보에만 의존하지 않고 전쟁 사료 등을 활용하고 발굴.감식도 독자적으로 하게 됐다.

특히 외부 용역에 의존했던 전사자의 유전자(DNA) 검사를 국방부 조사본부 내에 설치된'유전자 감식과'에서 직접 실시한다. 박 대령은 "유전자 감식 기술은 미국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발굴 장소에 관한 정보 능력은 미국이 훨씬 앞서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육군 유해발굴반은 한국전쟁 중 마시다 만 수통을 발견해 수통에 적힌 전사자 이름으로 찾은 그의 아들을 유전자 감식으로 최종 확인했다.

감식단은 3~11월 중 한국전쟁 당시 전투가 치열했던 경남 함안.진동 등 12곳에서 유해 발굴 사업을 할 계획이다. 또 한국전쟁 중 사망.실종자 13만 명(추정)의 유가족에 대한 DNA 유전자를 확보할 계획이다. 현재는 사망.실종자 1000여 명에 대한 DNA만 확보한 상태다.

육군본부는 2000년부터 6년간 총 1484구(국군 1182구, 유엔군 8명, 북한군 217명, 중공군 77명)의 유해를 발굴했다. 그중 국군 전사자 52명의 신원을 확인했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미 하와이 감식단(JPAC)='당신은 잊혀지지 않았다'라는 구호로 유명한 '합동 전쟁포로 및 실종자 확인 사령부'(Joint POW/MIA Accounting Command)의 다른 이름이다. 30년 된 미 육군중앙감식소 등을 통합해 2003년 하와이에서 재창설됐다. 제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1차 걸프전 등에서 전사.실종된 미군들의 유해를 찾아 유가족 품으로 돌려주고 전쟁 포로를 구출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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