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 문화·정치적 처방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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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자유시장 경제체제를 옹호하면서도 자본주의의 폐해를 경계해야한다는 내용의 사회교화칙서를 최근 발표했다. 마르크스주의를 공격했던 레오12세의 칙서가 나온 지 꼭1백년만에 발표된 이 칙서는 가톨릭의 현대사회교화 1백년을 의미하는 『1백 번째의 해(연)』로 명명됐다.
2만5천 단어·1백 쪽 분량의 이 칙서는 동구공산체제의 몰락과 세계적인 경제적 불평 등 구조가 심화되는 가운데 교회의 기초적인 도덕적·철학적 교화방향을 제시하는 것으로 주목받고있다.
요한 바오로 2세는 이 칙서에서『자본주의가 자유시장·사적소유·책임과 창의성을 강조한다는 면에서는 긍정적이나 인간자유에 대한 윤리적·종교적 이해아래 법과인권의 틀에 확고히 자리잡지 못하면 매우 부정적』이라고 단언했다.
특히 가톨릭이 전통적으로 부의 생산보다 부의 공정한 분배를 우선시 했기 때문에 유럽사회 민주주의의 이상을 추구한다고 평가돼 왔으나 이 칙서에서는 경제성장·이익추구가 경제정의를 실현시키는데 긴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교황은『자유경제가 동구와 저개발 제 3세계국가에서 채택돼야할 체제』라고 말하고 그러나 이는 소비주의 등의 폐해를 막지 못함으로써 선진서구사회에서조차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시장경제도 한계가 있으며 문화적·정치적 처방이 필요하고 최종적으로 영적인 치유에 의해 완성돼야 한다는 것이다.
교황은 동구·제3세계를 위한 현실적 대책으로『동서분쟁의 산물인 전쟁무기를 대규모 자원생산으로 돌려야하며 기아와 절망에 빠진 저개발국가를 회생시키기 위해 선진국이 외채를 탕감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자유경제체제가 풀어야할 3가지 과제를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선진사회에서는 가정·사회단체 등 개인과 국가를 매개하는 중간집단에 권력을 이양해야하고 ▲자본주의의 주변부로 소외된 저개발국가를 세계공동체 차원으로 끌어 들여야하며 ▲기업가들의 모든 결정은 자유노동과 참여를 보장하면서 국가적·세계적 번영을 함께 전제해야 한다는 것이다.<채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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