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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 대국민 담화문 <요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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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 장기 집권 방지를 위한 대통령 5년 단임제 바꿔야

- 대통령 임기 4년에 1회 연임할 수 있게 개헌해야

- 대통령 임기 4년으로 해 국회의원 임기와 맞춰야

- 개헌 제안에 결코 정략적인 의도는 없다

- 너무 늦지 않은 시기에 개헌 발의권을 행사할 것

올해는 1987년 6월 항쟁의 결실로 개정된 현행 헌법이 시행된 지 20년을 맞는 해입니다.

우리 헌법은 새로운 시대정신에 맞는 규범을 담아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헌법 개정은 국민적 합의가 전제돼야 합니다. 각자의 이상적인 개헌만 주장하다 보면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실현되기 어렵습니다. 지금까지 개헌 논의가 진전되지 못했던 것은 그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국민적 합의 수준이 높고 시급한 과제에 집중해 헌법을 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대통령 4년 연임제 개헌을 제안합니다. 87년 개헌 과정에서 장기 집권을 막고자 마련된 대통령 5년 단임제는 바꿀 때가 됐습니다. 선거의 투명성과 민주적 역량이 성숙한 오늘의 대한민국에서 장기 집권의 우려는 사라졌습니다.

단임제는 오히려 많은 부작용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대통령의 책임정치를 훼손합니다. 대통령의 국정수행이 다음 선거를 통해 평가받지 못하고, 국가적 과제들이 연속성을 갖고 추진되기 어렵습니다. 임기 후반에는 책임 있는 국정운영을 더욱 어렵게 만들어 국가적 위기를 초래하기도 합니다.

대통령 5년 단임제를 임기 4년에 1회에 한해 연임할 수 있게 개정한다면 국정의 책임성과 안정성을 제고하고, 국가적 과제에 대한 일관성과 연속성을 확보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대통령 임기를 4년 연임제로 조정하면서 현행 4년의 국회의원과 임기를 맞출 것을 제안합니다. 현행 대통령제 아래서는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 선거가 수시로 치러지면서 정치적 갈등을 심화시키고 적잖은 사회적 비용을 유발해 국정의 안정성을 약화시킵니다.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대통령과 국회의원 임기 일치 문제는 정치권.학계.시민사회.국민 사이에서 이미 공론화돼 왔고 합의 수준도 높습니다. 2002년 대선에서도 후보들이 공약해 왔고, 지금 여야의 정치 지도자들도 필요성을 말한 바 있고, 지난해 말 정기국회에서도 대표연설과 대정부 질문 등을 통해 제기된 바 있습니다.

정치권 일부에서는 대선에서 공약하고 차기 정부에서 개헌을 추진하자고 합니다. 하지만 차기 정부에서의 개헌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차기 국회의원은 2012년 5월에, 차기 대통령은 2013년 2월에 임기가 만료되므로 대통령의 임기를 1년 가깝게 줄이지 않으면 개헌이 불가능합니다. 대통령이든 국회의원이든 임기를 줄인다는 것은 어느 쪽도 수용하기 어렵습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갑자기 개헌을 제안하는 것은 정략적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어떤 정략적인 의도도 없습니다. 대통령 4년 연임제,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일치시키는 개헌은 대선을 앞둔 어느 정치 세력에도 유불리한 의제가 아닙니다.

그동안 정치권의 논의를 기다렸지만 이제는 시간적인 여유가 없는 것 같습니다. 지금부터 국민 여러분과 여야 정치권의 의견을 수렴할 것입니다. 찬반 의견뿐만 아니라 4년 연임제 범위 안에서 바람직한 개헌 내용에 관해서도 의견을 들을 것입니다. 저의 권한과 의무를 행사하지 않아야 할 명백한 사유가 없는 한 너무 늦지 않은 시기에 헌법이 부여한 개헌 발의권을 행사하고자 합니다. 국민적 합의 수준이 높고 이해관계가 충돌하지 않는 의제에 집중한다면 빠른 시일 내에 국회 의결과 국민투표를 통해 개헌을 완료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당장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셈할 일이 아닙니다. 셈을 하더라도 셈을 정확하게 하면 누구에게도 손해 가는 일이 아니라는 것은 금방 이해할 수 있는 일입니다. 정치권과 국민 여러분의 결단을 당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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