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개헌 가능할까 한나라당 '빅3' 뭉쳐 반대하면 불가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헌법 개정은 3개월이면 충분하다. (12월) 대통령선거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고서도 개헌이 가능하다."

청와대 비서실은 9일 배포한 개헌 관련 설명 자료에 이런 주장을 담았다. 노무현 대통령의 4년 연임제 개헌 제안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닐 수도 있는 주장이다. 1987년 개헌 당시처럼 헌법 개정안이 여야 합의로 마련된다면 이후 절차는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다. 그러나 어느 한쪽이 외면하면 개헌 논란은 무한정 길어질 수 있다.

◆법적으로 60~100일이면 개헌 가능=헌법 개정 절차는 다섯 단계로 이뤄진다. 청와대 비서실은 "대략 60~100일이 걸린다"고 주장했다.

1단계는 제안이다. 대통령 또는 국회 재적 의원의 과반수(현재 296명 중 149명 이상)가 개정안을 낼 수 있다. 이른바 개헌 발의권이다. 노 대통령의 이날 제안은 이 권한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2단계는 공고다. 헌법 개정안을 20일 이상 공고해 국민이 내용을 알 수 있게 해야 한다.

3단계는 개헌 절차의 핵심인 국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 공고한 지 60일 이내에 국회에서 찬반 투표가 이뤄져야 한다. 재적 의원의 3분의 2, 즉 198명 이상이 찬성 표를 던져야 한다. 현재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의석수는 139석에 그친다.

노 대통령의 '원포인트 개헌'제안을 '정략적 기도'라고 보는 한나라당 소속 의원은 127명이다. 개헌 저지선(99명)을 한참 넘어선 숫자다. 이 때문에 노 대통령은 한때 "정치적 상황으로 봐서 대통령의 영역에서 벗어난 일인 것 같다"고 말했었다.

◆국민투표권 유권자 범위도 논란=개헌안이 국회라는 장벽을 넘어도 4단계인 국민투표가 기다린다. 개헌안은 국회 통과 후 30일 이내 국민투표에 부쳐져야 한다. 선거권자의 과반수가 투표해야 하고 투표자의 과반수가 찬성해야 통과된다. 대통령은 국민투표 통과 즉시, 개헌안을 공포해야 한다. 올해 국민투표가 실시된다면 20년 만의 일이다. 그만큼 손 볼 사안도 많다. 특히 국민투표법과 선거법이 부닥치는 게 문제다.

국민투표법에 따르면 20세 이상만 투표할 수 있다. 반면 국회의원 등을 뽑는 선거법에선 19세 이상이다. 법에 따라 찬반 집회가 합법(국민투표법).불법(선거법)으로 갈린다.

선관위 관계자는 "국민투표법이 20년 전에 만들어져 투.개표 절차 등에 관한 규정이 요즘 현실과 많이 다르다"며 전면 개정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여야 합의 개헌은 어렵다=정부 수립 이후 헌법 개정안이 절차대로 순조롭게 처리된 적은 드물다. 87년 이른 바 직선제 개헌안이 여야 합의로 이뤄진 유일한 사례로 꼽힐 정도다.

이승만 대통령 시절엔 국회의원을 감금하거나(52년 1차 개헌), 멋대로 의결정족수 기준을 적용하는 일(54년 사사오입 개헌)이 있었다.

70년대엔 박정희 대통령의 3선(選)을 위해 여당이 헌법 개정안을 날치기 처리한 적이 있다. 개헌 내용뿐 아니라 개헌 시기도 민감한 문제일 때가 많았다.

고정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