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은 고객속에 있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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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 좋다는 이유 하나로 외제차 판매시장에 도전했다 실패했습니다. '제품 뿐아니라 시장환경, 고객을 알아야 성공할 수 있다'는 교훈을 안겨준 당시의 실패가 이제는 고마울 따름입니다."

강남구 논현동 학동사거리 인근 ㈜브리티시모터스 재규어.랜드로버 판매전시장에서 만난 신익수 대표(43)는 과거의 실패담으로 입을 열었다. 신 대표의 방 책꽂이에는 차량.마케팅.고객관리 관련서적이 빼곡했다. "인터넷이나 고객을 통해서도 많은 걸 배우지만 현장지식만으로는 한계가 있어요."

신 대표는 2003년 말 재규어.랜드로버 공식딜러로 사업을 시작한 뒤 이듬해 논현전시장을 개장하며 동종 딜러 6곳 중 매출액 1위를 기록, 업계에서는 잘나가는(?) 인사로 알려져있다. 이런 그가 지금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 것은 처절한 실패의 아픈 기억 때문이다.

신 대표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유학을 다녀와 1993년 대우자동차판매회사㈜에 입사, 1년 6개월 근무했다. 그는 95년 친구 3명과 함께 '4S'라는 외제차 수입.판매회사를 차렸다. 차에 대한 전문지식 없이 패기와 의욕만으로 차린 회사는 1년도 못가 문을 닫아야만 했다. 신 대표는"수입승인절차.인증절차 등 뭐가 뭔지 모르겠더라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런 공부도 하지 않고 섣불리 차렸던 회사가 잘 되길 바란다는 게 우습죠. 5억원 가량 날렸죠. 당시엔 꽤 큰 돈이었어요"라며 너털웃음을 짓는다.

쓰라린 맛을 본 그는 차에 대한 연구와 경영공부에 매진했다. 개별인증 후 현지에서 수입차를 직접 들여와 판매하는 병행수입업체를 운영하며 시장현황을 파악했다. 또 소비자들과 직접 만나며 고객관리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도 세워나갔다. 효과는 빠르게 나타났다. 2004년 전시장 오픈 당시 39억원이었던 매출이 2005년에는 90억원으로 100% 이상 신장했다. 또 국내 배기가스기준에 초과돼 랜드로버 8개 차종 중 6개 차종의 판매가 중단된 올해도 100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 그는 요즘도 직원들을 모아놓고 "정직하게, 당당하게, 신뢰있게 고객과 가까워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터뷰 말미 그는 "꼭 할말이 있다"며 기자의 손을 잡았다. "저 뿐 아니라 모든 수입차 딜러들이 나름대로 전략을 세우고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정말 열심히 뜁니다. 그런데 대기업에서 수입차 시장에 발을 들인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절로 한숨이 나옵니다. 아무리 자본사회라지만 돈이 모든 걸 지배하는 행태는 개선돼야 합니다." 신 대표는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니고 있는 두 딸에게 자신있게 물려줄 수 있고, 직원들에게 봉급 많이 주는 회사로 키워나가고 싶다"고 새해소망을 밝혔다.

프리미엄 최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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