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지 박정자 윤소정 불꽃튀는 연기 대결 &연극 『따라지의 향연』서 수다쟁이로 출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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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코미디극 『따라지의 향연』에 대표적 중진 여배우 3명이 처음으로 한꺼번에 출연해 정상급 연기 대결을 벌인다.
8일 개막을 앞두고 기량 겨루기에 연습실을 떠날 줄 모르는 김금지 (50)·박정자 (49)·윤소정 (47)씨가 그들. 누구 한사람만 내보내도 넓은 무대를 가득 메우고 남는 역량 있는 배우들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이들은 극단 「자유」와 함께 연극계를 지켜온 인연으로 극단의 25주년 기념 공연에 수다쟁이 부인 역으로 기꺼이 참여, 작품의 재미와 질을 보증해주고 있다.
20여년간 같은 길을 걸어와 친자매 이상으로 가까운 이들 중 「큰언니」인 김씨는 60년대 초부터 연극 무대에 올라 30년을 배우로 살아왔다. 김씨는 69년 이후 극단「 자유」의 중심 멤버로 『무엇이 될고 하니』 『대머리 여가수』 등에 빠지지 않고 활동해 왔다. 박씨 역시 60년대 초부터 연극계에 뛰어들어 66년 극단 「자유」 창단 멤버로 참가해 지금까지 연기파로 정평을 쌓아왔다. 막내 격인 윤씨는 극단 「자유」의 창단 공연이기도 한 『따라지의 향연』으로 연극계에 첫발을 내디뎌 소속은 다르지만 「자유」가 친정인 셈.
연극 연기상이란 상은 모두 번갈아 받아온 이들 실력파들은 서로를 평가하는데 인색하지 않았다.
『작품을 분석하고 하나씩 표현해 가는 능력들이 쟁쟁해요. 두 언니는 모두 작품 속의 인물을 끌어내 자신의 일부로 만들어버리니까요.』
남 못지 않은 연륜임에도 윤씨는 두 선배의 「연륜에서 나오는 연기」를 부러워한다.
『소정이는 분위기와 동작에 강하죠. 대사만 읽을 때는 부족해 보이는데 일단 무대 연기에 들어가면 그렇게 자연스러울 수가 없어요. 천부적인가 봐요.』
두 선배도 후배 칭찬에 입을 모은다.
세 사람의 연극에 대한 열정은 한결같다. 김씨는 명동의 구둣가게 주인으로, 박씨는 성우로, 윤씨는 이촌동 의상실 주인으로 각각 생활하면서도 순수 예술인 연극무대에 서는 어려움과 번잡함을 마다한 적이 없다. 그래서 『연극계를 지켜왔다』는 찬사도 이들에겐 어색하지 않다.
하지만 연기 색깔은 상당히 다르다.
김씨는 섬세하고 여성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반면 박씨는 선이 굵으며 속에서 뿜어 나오는 열정적 연기를 발산한다. 윤씨는 자유스럽고 순발력 있는 연기 면에서 김씨 쪽에 가깝지 만 강렬하고 고급스런 분위기가 특이하다.
『따라지의 향연』은 여러 면에서 재미있으리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우선 작품 자체가 기지와 재치로 사랑 얘기를 엮어 가는 코미디의 대표작이며, 이미 세 차례의 공연에서 「재미」를 인정받았다. 극단이 창단 기념작의 25주년 기념제 공연이라는 의미를 살리기 위해 물심양면의 총력을 기울이기도 했다.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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