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예술단 구성 씨뿌렸다/남북 함께 참가 일 국제예술제 결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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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아리랑 입모아 부르며 통일 다짐
지난 2∼5일 일본 복정현 쓰루가시에서 열린 「환일본해(동해)국제예술제」는 사실상 남북한의 음악잔치였다고 할 수 있다.
남북한 외에도 중국·소련·일본이 함께 참가했으나 4일밤 중앙국악관현악단과 평양음악무용단 및 재일동포 청중들이 손에 손을 맞잡고 눈물흘리며 목메어 합창한 우리겨레의 노래 『아리랑』,그리고 5일밤 평양만수대예술단 김일진씨(35)가 지휘한 오사카 뉴필하머니와 서울피아니스트 이혜경교수(중앙대)가 협연한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제24번』이 이번 예술제의 절정을 이뤄 가장 큰 관심을 모았다.
4일에 걸친 이 행사기간중 펼쳐진 우리가락과 춤사위가 민족분단 반세기동안 쌓이고 맺힌 남북대결의 응어리를 녹이는데 어떤 역할을 했는지 평가하기란 결코 쉽지않다. 그러나 일단 남북이 둘아닌 하나임을 세계인들 앞에서 새삼 확인하는 소중한 기회였다고 할 수 있다. 민족분단이 만들어낸 수많은 매듭들 가운데 몇개나마 풀어낼 수 있는 가닥도 찾아냈다.
그중 하나가 「통일연주단」. 지난 2일 쓰루가시 야외특설공연장에서 남북음악인들이 처음 만나 반갑고도 서먹한 인사를 나누는 사이 중앙국악관현악단 상임지휘자 박범훈교수(중앙대)가 『우리 통일연주단도 만들자』고 제안한 것이 두루 공감을 얻자 평양음악무용단 정봉석단장도 4일밤 공연장을 떠나면서 통일연주단 조직을 적극 추진하자고 다짐했다. 한반도 방방곡곡 뿐 아니라 전세계를 누비며 우리겨레의 통일염원을 널리 알리자는데 남북음악인들의 뜻이 모아진 것이다.
중견연출가 손진책씨(극단 미추대표)와 무용가 국수호 교수(중앙대)도 이번 예술제기간중 북측 정단장이나 연출가 최상근씨를 만날때마다 통일음악회는 이미 시작됐으니 통일연극제며 통일무용제도 열자고 제안하는등 남측 예술인들의 남북문화교류에 대한 진지한 관심과 열의를 확실히 전달했다. 이에 대해 북측 관계자들도 「원칙적 동의」를 거듭 강조한 만큼 통일예술단을 꽃피우기 위한 씨앗은 뿌려진 셈이다.
해외에서 처음 갖게된 남북음악인들의 이번 만남에는 아쉬움도 없지 않았다. 평양음악무용단이 연습시간부족·악기편성등의 이유로 원래 계획된 박교수작곡 『아리랑을 주제로한 합주곡­아리아리』합동연주를 사양(?)하는 바람에 『아리아리』는 중앙국악관현악단이 연주했다.
이번 예술제에 참석한 음악학자 노동은 교수(목원대)는 『민족분단의 갈등구조를 해소시키는데 음악적 만남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또다시 확인한 셈』이라면서 우리민족음악을 세계음악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과제가 좀더 명확해진 것도 매우 중요한 성과라고 강조했다.
약 1세기전부터 전통악기를 적극개량해 상당수준에 이른 중국·일본과는 달리 우리는 전통에 너무 집착한 결과 너무 뒤졌다는 것이다. 따라서 남북음악의 장단점을 좀더 면밀히 파악해 악기를 개량하고 국악관현악편성도 크게 수정·보완하는등 「음악통일」로 민족통일에 기여할수 있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백 교수는 거듭 강조했다.<쓰루가=김경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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