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또 분신사망/경원대생 학교 2층서 뛰어내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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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집회중 구호 외친뒤
3일 오후 3시15분쯤 성남시 복정동 경원대 공대건물인 창조관 2층 베란다에서 이 학교 천세용군(20·전자계산 야간2)이 온몸에 신나를 끼얹고 불을 붙인뒤 5m아래 바닥으로 뛰어내려 전신에 3도화상을 입고 신촌세브란스병원으로 옮겨졌으나 7시간만인 오후 10시20분쯤 숨졌다.
천군은 교내 분수대계단에서 「노정권타도 6천 경원 2차결의대회」가 열리기 직전 몸에 신나 1.5ℓ를 뿌리고 30m쯤 떨어진 이 건물 베란다에 나타나 『6천 경원 단결하여 노정권 타도하자』는 구호를 외친뒤 1회용 라이터로 옆구리에 불을 붙이고 화염에 휩싸인채 바닥으로 뛰어내렸다.
천군이 떨어지자 집회에 참석하고 있던 학생들이 달려가 옷·소화기 등으로 불을 끄고 천군을 학교부근 성남병원을 거쳐 서울 한강성심병원으로 옮겨 기도 절제수술을 한뒤 다시 오후 6시40분쯤 강경대군의 시신이 있는 신촌세브란스병원으로 옮겼다.
천군은 이날 분신현장에 남긴 유서에 『학우들이 쇠파이프에 맞아 죽고 꽃다운 청춘을 불사르는 동안 우리는 과연 무엇을 했습니까. 할일들이 많이 남아있지만 제몫까지 여러분들이 투쟁해준다면 편안히 눈을 감을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써놓았다.
천군의 치료를 맡았던 신촌세브란스병원 의사 김승호씨(37·응급의학과)는 『의식이 조금 남아있던 천군에게 심폐소생처치 등을 시도했으나 전신 90%의 치명적인 3도중화상에 의한 탈수현상 때문에 숨졌다』고 밝혔다.
천군은 지난해 동북고를 졸업,경원대에 입학한뒤 교내사회과학서클인 「□얼」에 가입,활동해왔으며 올해부터 학보·교직 등에 「혁세둔」이라는 필명으로 만평·삽화등을 그려왔다.
천군은 아버지 천영웅씨(47·서비스업)·어머니 김계숙씨(41)가 87년 이혼한후 부모와 떨어져 경기도 고양군 원당읍 신원리 셋집에서 외할머니(65)·남동생(19·식당종업원)과 함께 살아왔으며 지난해 성공회 세례를 받았고 대학 진학후엔 서클룸·학보편집실 등에서 자취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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