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창의적으로 압축하는 연습 해야

중앙일보

입력

수리논술을 언제부터, 어떻게 준비해야 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더군다나 통합 논·구술에 대한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어 질문하는 학부모의 자녀 연령도 점점 낮아지는 추세다.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까지 관심을 받고 있는 통합 논.구술은 과연 무엇일까.

언어와 수리, 수리와 과학을 통합해 출제하기 때문에 교과목 간 유기적인 연결이 필요하다. 특히 수리적인 감각은 어디에도 빠지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언어논술은 독서와 토론을 통해 어릴 때부터 꾸준히 준비한다. 논술의 기본은 사실과 생각을 창의적으로 전개하는 것이다. 따라서 독서토론이나 글쓰기를 통해 사고력을 향상시키고 창의적 발상을 이끌어 내는 훈련을 한다.


# 수리적 감각은 유치원 때부터.

수리논술은 기존 언어논술에 수리적 감각이 더해져야 한다. 가장 당황하는 사람은 학부모들이다. 그래서 '어떻게''언제부터'라는 기초적인 질문에 점점 더 집착하곤 한다.

잘 생각하면 수리적인 감각은 아이들이 숫자를 인식한 순간부터 발달하기 시작한다. 예를 들어 자기 생일이 내년엔 무슨 요일인지 따져본다든가, 유치원 반 배정의 기준이 나이인지 정원인지 생각해 본다든가 하는 것이다. 출생연도는 같은데 생일을 따져 형과 동생을 가르기도 한다.

이런 경우도 있다.

늘 독차지하던 간식이 있다. 그런데 동생이 생기자 자신의 몫이 줄어든 것을 알게 된 아이가 분할이나 확률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다. 학교에서 좋아하는 아이와 짝이 될 수 있는 확률과 조건, 방법과 기회를 알고 싶다. 이 아이는 그 문제를 풀기 위해 접근 방식을 점점 다각화하면서 합리적인 해결 방안을 찾게 된다.

이처럼 아이들은 이미 수리적 환경에 밀착해 있다.

수리논술은 이런 것이다. 획일적인 답안을 요구하는 수학시험과는 엄연히 다르다.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을 수도 있고, 개성적인 풀이도 기대할 수 있다.


# 수리논술 정답은 없다

정답이 없다면 어떻게 채점할 수 있을까.

최근 경희대 사회학과 황승연 교수가 전국 21개 대학 교수 3200여 명을 무작위로 뽑아 인터넷 설문 조사를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눈에 띄는 것은 채점 기준의 공정성에 대한 답변이었다. 응답자 300여명 중 약 45%가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고, 27%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그만큼 명확한 채점 기준을 세우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학의 공통적인 입장은 이렇다. 특목고나 자립형 사립고 선발기준과 마찬가지로 창의력과 이해력에 초점을 두겠다는 것이다.

3가지가 주요 평가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첫째, 질문의 요지를 제대로 파악했는가. 둘째, 얼마나 창의적으로 접근했는가. 셋째, 얼마나 쉽고 논리적으로 전개했는가이다.

예를 들어 (가) (나) (다)라는 예시문이 제시됐다고 하자. 고3인 K양은 평소 예시문 (다)의 주제에 관심이 많았다. (가)(나)보다 (다)에 대한 의견이 풍부한 것은 당연지사다.

예시문 (다)에 대해 열변을 한들 (가)(나)를 외면했다면 첫 번째 평가 요인에 어긋난다. 그래프나 도표가 주어졌는데 논술에 한 가지도 응용되지 않는다면 이 역시 마찬가지다.

예시문 (가)(나)(다), 그래프와 도표. 이들이 함께 주어진 이유는 서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주어진 자료가 모두 중요할 수도 있고, 의도에 따라 중요성의 비중이 달라질 수도 있다. 그래프는 함정일 수도 있고 가장 중요한 주제가 될 수도 있다.

주어진 자료를 분석하고 파악해 재구성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 생각의 힘= 수리논술의 힘

수(數)를 익힘과 동시에 수리논술 학습은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떤 기관에서는 어릴 때부터 경제감각을 익혀주기 위한 행사를 열기도 한다. 몇 개 조를 짜서 판매할 상품 아이템을 선정한다. 상품이 선정되면 재료 구입부터 제작까지 직접 해야 한다. 이때 가상의 돈을 만들어 거래를 하게 하는데, 투자한 비용과 판매액 등을 계산해 이익과 손해를 따져 보도록 하고 있다. 마케팅.흥정.고객 서비스.A/S 까지 시장 유통을 압축해 공부할 수 있다. 수리논술, 나아가 통합 논술은 수많은 사실을 창의적인 생각으로 압축해야 한다.

# 수리논술 작성은 이렇게
누가 봐도 이해하기 쉽고 창의적으로 써야 하는 것이 논술이다. 특히나 수리논술은 수학적 사고가 필요하기 때문에 더 어렵다. 관련 표나 도형을 활용하는 것은 좋지만 그림만 가득 있는 건 좋지 않다.

그림이나 그래프만 그려 놓았다면, 글로 표현하는 방식이 서툴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어떻게 접근했는지 말로 설명하게 하면 좋다. 조리가 있지 않아도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말한 내용을 점차 글로, 처음 쓴 글을 다음엔 더 길게 하는 방식으로 준비하자.
길게는 썼는데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 모르는 경우도 있다. 같은 말을 여러 번 반복해 핵심을 찾지 못하는 경우다.
~서, ~데, ~만 같은 접속어를 연속적으로 쓰면서 문장을 늘린다면 논제에 대한 자신감이 없거나 문제 이해를 못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길게 작성된 문장을 2~4개로 편집하는 연습, 논제가 무엇인지 확인부터 하는 연습을 해 보자. 신문이나 책의 일부를 읽고 기사나 그 단락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생각하게 해 보는 것도 좋다.

꾸준한 연습만큼 훌륭한 준비는 없다.
틀린 것만 모아두는 오답노트에 대해 필요 없는 것을 버리는 쓰레기통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오답노트는 쓰레기통이 아니라 재활용 센터다. 조금만 고치면 활용 가치가 높아지는 문제들이 가득 모여 있다. 답이 틀렸거나 전개 방식이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그렇게 느끼는 이유를 먼저 생각해 봐야 한다. 문제에 대한 접근이 잘못됐을 수 있다. 전개 과정이 논지에서 벗어났을 수도 있다. 또는 주제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 건 아닐까 생각해보자.

원인을 알면 해결책도 보인다.

학생들은 공통적으로 생각을 무엇인가로 표현해야 하는 과정을 생소해 한다. 생각에 정답이 있을 리 없는데도 '틀린 생각'일까봐 지레 겁을 먹는다. 수리논술은 언어논술처럼 인용하거나 비유할 만한 소재가 많지 않다.

영어 에세이를 연습할 때 한국어로 시작하는 게 수월하듯 수리논술도 쉬운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대강 몇 줄을 쓰더라도 차츰 다듬어 나가면 된다. 어떤 도형을 넣으면 더 효과적일까. 이 문제는 어떤 비유를 해서 설명하면 훨씬 쉽게 이해시킬 수 있을까. 도입부를 어떻게 시작하는 게 좋을까. 이런 고민이 필요하다.

교과서의 쉬운 증명이나 원리를 실제 써 보거나 특목고의 창의사고력 기출문제를 서술해 보는 것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고려해 작성할 순 없다. 자신에게 가장 쉬운 방법으로 먼저 풀고, 그것을 다시 글로 다듬고 적절한 비유를 찾아 배치하면 그것으로 기본적인 수리논술 답안이 완성된다.

# 창의력은 많은 배경지식에서 비롯된다
책을 읽을 때는 정독과 다독이 함께 요구된다. 수리논술도 마찬가지다. 많이 써 보는 것만큼 제대로 써야 한다. 초.중학생이 지금부터 대학별 기출문제를 봐 둘 필요는 없지만 논술형식이나 답안 형식이 어떤지 참고해 두는 편이 좋다. 사회문제 같은 뻔한 주제가 다뤄지기도 한다. 무조건 어려운 주제를 주고 난해한 답을 얻기보다 뻔한 가운데 얼마나 창의력을 발휘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창의력은 수많은 배경지식에서 비롯된다.

신문은 배경지식을 손쉽게 쌓을 수 있는 재료 중 하나다. 환경.사회.경제.국제분쟁.지리와 역사.인간심리까지 엄청나게 많은 소재가 다뤄진다. 칼럼이나 논설의 주제가 읽는 사람의 관심 범위에서 벗어나면 지루할 수밖에 없다. 이때 주제가 무엇인지, 단어의 의미가 무엇인지 일일이 생각하며 읽지 않는 편이 낫다. 한두 달 정도 꾸준히 읽는 연습만 해도 글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읽기가 쉬워졌다면 이제 주제를 찾아보자. 글쓴이의 생각에 대한 나의 의견을 덧붙여 신문 일기를 작성해 봐도 좋다. 실제 논술이나 특목고 구술면접 때 문제의 출제 의도와 해결 방안을 빨리 파악할 수 있다. 하루 한 가지 주제만 갖고도 충분한 연습이 된다. 세 번, 네 번 고쳐 쓰더라도 실력은 세 배, 네 배로 키울 수 있다.


# 사고력 훈련의 시작은 호기심

다음달이면 민족의 명절인 설을 맞는다. 세뱃돈을 받으면 어디에, 어떻게 쓸까 궁리하는 때이기도 하다. 어떤 쿠폰을 어떻게 써야 친구들과 저렴한 식사를 할 수 있을지, 상품의 할인율과 제휴 업체의 포인트는 어떻게 쓸 수 있을지를 자연스럽게 고민해 볼 수도 있다.

갖고 싶은 휴대폰의 시장 현황과 판매 정책을 파악해 가장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보거나, 체질에 맞는 다이어트법과 열량 소모의 관계를 생각해 보면 어떨까.

사고력 훈련의 시작은 호기심이다. "왜""어떻게" 라는 궁금증에서 시작하는 사고력 훈련이야말로 수리논술의 핵심 포인트다.

대학입시의 통합논술은 외고 구술면접의 창의사고력과 흡사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 특목고는 늦어도 중2에 시작하는 편이다. 최소 1년 이상 창의력 연습을 하는 셈이다. 꼭 특목고에 진학하지 않더라도 이미 12개월간 창의사고력 연습을 한 터라 수리논술.통합논술에도 쉽게 적응할 수 있다.

대입에서 내신과 수능도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논술은 나중에 준비해도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결국 최종 경쟁력은 통합 논술에서 발휘된다. 최소 3~4년 전부터 준비한 학생들을 어떻게 이길 것인지 진지한 고민과 세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신동엽 ㈜페르마에듀 대표(02-560-5800~1,www.fermatedu.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