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빅리그행 간절 테스트는 거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프로축구 '겨울 이적 시장(Winter Transfer Window)'이 개장됐다. 시즌 절반을 소화한 유럽의 각 클럽들이 1월 한 달 동안 선수들을 맞바꾸고 필요한 선수를 영입하는 시기다. 한국에는 올 겨울을 기다리는 스타 플레이어가 유난히 많다. 하지만 반가운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무적(無籍) 선수로 반년을 보낸 안정환은 K-리그 수원 삼성에서 올 시즌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세부 사항이 조율되면 이번 주 중 계약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부상으로 지난해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한 이동국도 포항 스틸러스 유니폼을 계속 입을 가능성이 크다. 이천수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진출을 목표로 했지만 여의치 않아 보인다. 챔피언십(2부) 리그나 스코틀랜드 리그 구단들까지 물색하고 있다. 박주영도 별다른 입질이 없다.

이들이 외면당하는 이유는 뭘까. 유럽의 스카우트 관계자들은 '기량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을 든다. 유럽을 노크하는 한국 선수들 중엔 국제 무대에 별로 알려지지 않았거나, 설사 경험이 있다 해도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도 이들의 연봉은 10억원에 달해 웬만한 빅리그의 주전선수에 육박한다. 구단으로선 에이전트의 말만 믿고 데려오는 게 모험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구단들은 입단 테스트를 요구하게 된다. 그런데 한국 선수들은 테스트 요구에 바로 뜻을 접는다. 한국 최고 스타라는 자존심과 테스트 후 탈락하면 입을 상처가 크다는 생각 때문이다.

중국대표팀 주장 정즈가 지난달 찰턴 애슬레틱(잉글랜드)에 테스트를 받고 입단하는 등 중국과 일본을 비롯한 비유럽 출신 선수들에게 입단 테스트가 보편화된 점을 생각하면 한국 선수들이 유별나다고 할 정도다.

가진 것이 많으면 잃는 게 두려워 도전하지 않는 법이다. 빅리그에 진출해 '대박'을 터뜨리고 싶지만 이를 위해 자신이 한국에서 쌓은 부와 명성을 걸기를 꺼리는 심정, 이해 못할 바 아니다. 그래서 테스트를 거부하는 것이라면 해외 진출의 꿈을 영원히 접고 한국에서 편안히 선수생활을 이어가기를 권한다.

이충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