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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존층 파괴의 심각성을 깨닫자|장순근<남극 세종 기지대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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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남극」이라는 말을 들으면 펭귄이나 스콧(남극 탐험가)을 연상할 수도 있으나 최근에는 「오존층의 파괴」를 연상하게 됐다.
그만큼 남극상공에서의 오존층 파괴와 감소는 발등의 불이 된 것이다. 오존층은 지상 12∼25km 정도에 있으며 태양의 자외선을 막아 생태계를 보호하고 생명을 유지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 오존층의 파괴현상은 서남 극 코틀랜드에 있는 영국의 핼리 기지에서 관측해 지난 85년 발표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실제 핼리 기지에서 56년부터의 관측기록을 보면 80년대 중반 오존의 양은 60년대 말에 비해 반정도 밖에 안되며, 70년대부터 뚜렷이 적어지기 시작해 80년대부터는 감소하는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오존층을 파괴하는 주범은 지상의 산업시설에서 배출하는 염화불화탄소(CFC)의 화합물이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진 상태다. 즉 지상에서 발생된 CFC는 비나 대류권의 기체를 정화시키는 화학반응에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서서히 오존층 위의 성층권 상부로 모이게 되며, 그 곳에서 강한 자외선에 의해 파괴돼 염소 원자를 방출한다. 이 염소원자가 오존층을 파괴한다.
오존층의 파괴로 자외선이 지상에 적정량 이상으로 많이 입사되면 인간의 피부를 태우고 자극해 피부암을 비롯, 비장·인후 등 점막으로 된 부위의 범을 유발할 수 있다. 남극의 바다에서는 먹이사슬의 기본이 되는 식물 플랑크톤의 생성에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며 따라서 남극의 생태계, 나아가서는 인류의 생존까지 위협하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오존층의 보호를 위해 최근 세계적인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예를 들어 88년 몬트리올과 90년 런던 회의에서는 CFC 계 화합물 생산중단을 계획했으며 세계적인 화학회사인 뒤퐁도 프레온가스 생산을 중단하고 대체 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프레온가스 제품이 수출되지 않으면 엄청난 경제적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남극 오존층의 파괴와 감소는 지구환경의 변화가 단적으로 남극에서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 남극의 연구는 남극자체의 대기·생물·지질·빙하·해양·천문 등의 신비를 밝힐 수 있다. 나아가 지구환경의 변화를 찾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연구의 필요성은 더욱 절실하다. 물론 남극에서의 인간적응·극지 생리·극지 공학 등 응용 자연과학적인 연구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에서「남극」은 우선 구경거리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데 안타까움이 앞선다. 남극은 구경거리가 아니다. 이제 남극은 여름동안 20여 개 국가가 파견한 3천∼4천여 명이 80여 개 기지에 투입되고 있으며 남극에의 관심은 점점 커 가고 있다.
남극의 과학적 중요성과 연구의 필요성이 널리 인식될 때를 기다리며 남극연구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외로운 길을 걸어가고 있다. 【남극 킹 조지 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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