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상영 소극장 무더기 폐쇄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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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소극장이 무더기 폐쇄 위기를 맞고 있다.
내무부는 최근「풍속영업 규제에 관한 법률시행령(안)」을 입법예고 하면서 객석 3백 석이하 소극장 관련조항인 8조2항4호에서「소극장은 지하층 또는 반지하층이 아닌 장소로, 객석이 최소1백50석 이상이거나 바닥면적이 최소 l백65평방m이상이어야 한다」고 규정했다.
결국 3백 석 이하의 지하 또는 반 지하에 있는 소극장과 l백50석 이하의 지상 소극장 중 연극·무용·음악 등 무대예술 전용 공연장을 제외한 영화상영 소극장은 모두 문을 닫아야 된다는 것.
이렇게 되면 전국 5백44개 소극장 중「명보 아트 홀」「시네 하우스 복합극장 내 지하 소극장」등 대표적 개봉 소극장을 포함, 무려 2백41개소가 해당돼 없어진다.
이같은 위기에 몰리자 전국 극장 연합회와 서울시 극장협회는 26일 크게 반발, 시행령(안)의 8조2항4호를 고쳐 줄 것을 요구하고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전국 극장의 자진휴관 동 반대운동을 한다고 결의했다.
이에 앞서 극장 연과 서울시 극장 협은 각 극장 주들의 연서로 내무부 장관에게 보낸 건의문을 통해 문제된 조항 중▲「지하층 또는 반지하층 아닌 장소」를 삭제하고 ▲「객석 1백50석, 바닥면적 1백65평방m」규정을「1백 석, l백 평방m」로 하향 조정해 주도록 요청했다.
또 1백 석 미만의 소극장은 좌석을 1백 석 이상으로 고칠 수 있는 2년간의 보완기간을 달라고 호소했다.
정부는 지난3월「풍속영업의 규제에 관한 법률」을 공포하면서 소극장을 유흥업소·카바레·만화가게 등과 같이 풍속업소에 포함시켰다.
이에 대해 극장연 등은『연극 등은 고급예술로 보고 영화는 낮게 봐 소극장을 유흥업소 취급한 것도 억울한데 시행령(안)에 마저 까다로운 규정을 둔 것은 지역 대중문화 공간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소극장 문화를 압살하는 결과를 빚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그동안 일부 소극장이 청소년 탈선의 장소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던 만큼 소극장을 풍속영업 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그렇다 하더라도 지하 또는 반 지하에 위치한 소극장이 지상 소극장보다 청소년 탈선을 더 유발시킨다는 근거가 무엇이냐고 되묻고 있다.
또 1백50석 이하의 극장이 그 이상의 극장보다 나쁘다는 것도 같은 이유로 수긍할 수 없다는 태도다.
서울시 극협의 관계자는『수년 전부터 소극장이 지역문화 공간으로 뿌리내려 지난해의 경우 전국 개봉관의 관객 동원 수와 소극장을 찾은 관객수가 거의 비슷할 정도까지 발전했다』고 밝히고『구미처럼 우리나라도 소극장 체계가 잡혀가는 마당에 이같은 규제조항을 둬 2백41개소나 되는 소극장에 폐쇄위기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정부의 획일주의적 발상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연소자 관람불가」영화에 청소년을 입장시키는 등 소극장의 변태영업만을 정부가 강력하게 단속하면 되지 소극장은 반드시 지상에 자리잡아야 하고 객석이 1백50석 이상이어야 된다는 등 소극장 규모까지 규제하는 것은 반문화적 권력남용이라는 주장이다. <이헌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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