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지금 '문명의 변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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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 내년으로 다가왔다. 이미 강대국이 된 중국이지만 올림픽을 통해 초강대국으로 우뚝 서겠다는 의지가 뚜렷하다. 베이징은 지금 급변하고 있다. 10여 년 전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상전벽해(桑田碧海)다. 겉모습만 변한 게 아니다. 의식도 변하고 있다.

'아테네에서 베이징으로(From Athens to Beijing)'.

베이징의 관문 수도공항의 컨베이어벨트 중 하나에는 화려한 천연색 그림에 영문 글씨가 쓰여 있다. 베이징에서 올림픽이 열린다는 것을 세계에서 온 방문객에게 알리고 있는 중이다.

베이징에는 지금 강한 '문명(文明)' 바람이 불고 있다. 베이징 올림픽을 알리기 위해 시내 곳곳에 걸린 플래카드에는 '문명'이란 단어가 반드시 붙어 있다. '문명시민, 문명승차'. 풀이하면 '질서를 지켜 버스를 타야 문명국가의 시민'이라는 뜻이다.

시민의식 개혁 운동 덕분인지 무뚝뚝한 표정으로 이방인을 바라보던 1990년대의 중국인들은 이미 보기 힘들다. 반갑게 말을 걸기도 하고, 외국인에게 유창한 영어로 길을 안내하는 중국인도 쉽게 만날 수 있다. 청록색 유니폼에 '공안(公安)'이라는 노란 완장을 찬 군인들도 사라졌다. 대신 '폴리스(POLICE)'라고 영어로 표기한 흰색 순찰차량에 옅은 회색 유니폼을 입은 경찰이 곳곳에 보인다. 애견과 함께 베이징 시내를 산책하는 외국인들도 쉽게 볼 수 있다.

베이징을 찾은 때는 2006년 12월. 번화가에 줄지어 있는 호텔 곳곳에는 크리스마스 트리가 장식돼 있었다. 호텔 커피숍과 라운지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하나같이 산타 복장이다. 여기가 기독교 국가인가 착각할 정도다.

베이징은 90년 아시안게임 이후 정말 많이 변했다. 시내만 벗어나면 흙먼지 길이던 도로는 깨끗하게 포장이 됐고, 왕복 2차로 도로는 8차로로 시원하게 뚫렸다. 빌딩으로 둘러싸인 고속도로는 자동차 물결로 넘쳐난다. 베이징 인구는 1400만 명에 자동차 보유 대수만 해도 280만 대. 매일 새로 등록하는 차만 해도 1000대라고 한다. 이젠 공해와 교통난을 걱정하고 있다.

중국은 메인스타디움을 포함한 경기장, 선수촌, 기자촌, 메인프레스센터 등의 시설을 모두 하나의 콤플렉스로 묶어놓았다.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인 올림픽 구역은 대형 현수막으로 가려 있지만 틈새로 보이는 건설현장은 엄청난 규모다.

차를 타고 한 바퀴 둘러보니 서울 올림픽공원의 열 배쯤은 돼 보인다. 경복궁과 자금성 정도의 차이라고나 할까.

베이징올림픽조직위원회 홍보담당자는 "올림픽은 손님을 어떻게 맞이하느냐에 성과가 달려 있다. 역대 올림픽은 산업화가 끝난 선진국에서 치러졌다. 그러나 중국은 개발도상국이다. 먼저 올림픽을 치른 나라와 여건이 다르다. 그래서 우리는 올림픽을 통해 중국을 깨어나게 하고 있다"고 했다.

베이징에서 운수업을 하고 있는 동포 박경성(40)씨는 "중국 정부는 올림픽을 앞두고 문화와 시민의식을 강조하고 있다. 택시기사.공무원들이 많이 달라졌다. 먼저 인사하고 이야기를 한다. 딱딱한 분위기가 없어졌다"고 했다.

매일 오후에는 버스 승강장마다 푸른 코트를 입은 질서 도우미들이 등장한다. 플라스틱 확성기를 들고 승차질서를 알려주며 질서를 잡는다.

올림픽이 개막되는 2008년 8월 8일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다. 31개의 경기장은 올해 안에 모두 완공된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 치러질 ‘올림픽 구역’의 조감도. 베이징천안문 광장 북쪽에 건설되고 있는 올림픽 구역은 메인 스타디과 수영센터 등 10개의 경기장과 선수촌, 메인 프레스센터가 모두 z여 있다. 크기는 서울 올림픽공원의 약 10배 규모로 중국이 베이징 올림픽에 거는 기대를 짐작할 수 있다. 베이징은 지금 경기장 건설과 도로 확장뿐 아니라 의식 개혁에 열심이다. 베이징올림픽조직위원회는 올림픽 구역 외에 베이징 시내 곳곳에 위치한 31개 경기장을 올해 안에 모두 완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베이징올림픽조직위 제공]

베이징=성백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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