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고 부품에 중국산 케이스 씌워 '짝퉁 휴대전화' 2만여 대 팔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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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으로 수출됐던 중고 휴대전화를 역수입해 불법으로 개조한 뒤 국내에 판매한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 혜화경찰서는 4일 삼성.LG.모토로라 등의 휴대전화를 불법 조립해 인터넷에서 팔아 12억여원을 벌어들인 혐의(상표법 위반 등)로 통신기기업체 M사 대표 박모(38)씨 등 임직원 16명에 대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들이 판매한 불법 복제 전화는 30여 개 모델, 총 2만여 대에 이른다고 경찰 관계자는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전직 이통사 영업점주 박씨는 지난해 3월 중국 업체가 제조한 휴대전화 케이스를 수입, 중고전화의 기판에 씌워 판매하기 시작했다. 서울 방화동 공장에서 불법 재조립된 이 단말기는 주로 대형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소비자에게 팔려 나갔다. 케이스를 바꾼 휴대전화는 깔끔한 외관 때문에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M사는 이들 단말기를 동두천 등의 이통사 대리점에 직접 판매하기도 했다.

박씨는 지난해 7월부터 아예 중국으로 수출된 한국 중고 휴대전화를 국내로 역수입하기 시작했다. 중국에 설립된 이 회사 현지지사는 중국 시장에서 사들인 국산 중고 단말기에서 기판.액정 같은 부품을 빼내 한국으로 보냈다. 국내 공장은 수입한 내부 부품들에 중국 업체가 제조한 케이스와 배터리를 조립했다.

M사 직원들은 이렇게 개조된 단말기에 파손이나 침수로 버려진 휴대전화에서 빼낸 고유번호(ESN)를 불법으로 복제했다. 국내 통신망에서 사용이 가능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다. 경찰은 M사 직원 대다수는 이통사 영업점이나 서비스센터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어 이 같은 범행이 가능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M사는 여러 대의 폐기 휴대전화에서 메인보드.액정 등 각 부품을 짜깁기해 사용 가능한 한 대의 휴대전화로 조립, 판매하기도 했다. 경찰은 박씨 등 핵심 관계자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외관상 구별 어려워"=이들이 재조립하거나 불법 복제한 휴대전화는 인터넷상에서 5만~25만원 선에 판매됐다. 중국에서 들여온 단말기 가격은 최고 5만원에 불과해 박씨 등은 막대한 차익을 챙길 수 있었다는 게 경찰 측의 설명이다.

이들이 개조한 전화는 소비자들이 진품과 구별하기 어렵다. 제조사 직원들도 쉽게 알아채기 힘들 정도였다고 경찰 관계자는 전했다. 일당은 소비자들에게 불량이나 고장이 발생하면 제조사 대신 판매한 M사로 직접 문의하도록 안내, 불법 복제 사실을 숨기려 했다.

경찰 관계자는 "겉모습이 정품과 유사해도 내부 기판을 재조립하는 과정에서 불량이 생길 소지가 많다"며 "특히 배터리의 폭발 등 사고 위험성도 있다"고 말했다. 또 정품에 비해 통화 품질은 떨어지는 반면 전자파는 더 많이 발생한다. 경찰은 값싼 불법 개조 단말기의 상당수가 명의 도용 휴대전화(대포폰)로 활용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선 불법 개조 단말기의 유통으로 자사 브랜드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천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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