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식술 발달하려면 뇌사 인정 전제돼야"|장기이식수술만 9백 회 영 케임브리지 대 로이 칸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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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지난 68년 세계에서 두 번 째로 간이식 수술을 해 현재까지 9백 건의 장기이식 수술을 성공시킨 공로로 작위까지 받은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로이 칸 교수(60)가 친지를 만나 보기 위해 한국에 왔다.
『간이식은 간경변, 담도 폐쇄 증 등의 악화로 죽어 가는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영국에서는 지금까지 총 1천4백 건의 간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유럽과 미국은 매년 약 1천 건의 간이식수술로 새 생명을 탄생시키고 있습니다.』간이식을 비롯, 심장·신장 등의 이식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뇌사 인정이 전제돼야 한다는 칸 교수는『영국의 경우 사망시점의 판단은 전적으로 의사의 권한이며 뇌사로 사망판정을 방은 사람이 소생한 적은 없었습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도 영국에서 뇌사 자로부터의 장기이식에 대한 논란이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밝힌 칸 교수는『각종 여론조사 등을 통해 보면 뇌사 반대자는 10%미만』이라고 덧붙였다.
『간은 다른 장기에 비해 거부반응이 적어 이식 후 5년이 상 생존율이 80%에 이릅니다. 이식시 가장 큰 문제는 과다출혈을 막는 것인데 한국을 비롯, 웬만한 의학수준을 갖춘 나라라면 이식에 따른 기술적 문제는 없을 것입니다.』
칸 교수는 또 『영국의 경우 필요한 간의 절반 가량을 교통사고 사망자로부터 얻습니다』고 말했다,
이같은 작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키 위해 영국에는 런던에 본부를 둔 장기센터가 가동되고 있으며 이 센터는 독·불 등 유럽대륙에 분포된 6개의 장기 센터와도 긴밀히 협력, 필요한 장기 등을 서로 긴급 수송하기도 한다.
심장과 폐는 동시에 이식하는 것이 효과가 좋은 경우도 있는데 칸 교수가 4년전 심장·폐·간을 동시에 이식한 40대 여자환자는 지금도 건강하게 살고 있다.
그는『지난달에는 폐와 간이 좋지 않은 20세 여자로부터 심장을 떼 내 50대 심장병 환자에게 이식하고 뇌사 자로부터 심장·폐·간을 떼 내 이 여자 환자에게 이식한 결과 둘 다 지금까지 양호한 건강상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뇌사가 인정돼 죽어 가는 많은 생명이 소생되길 바랍니다』고 말을 맺었다. <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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