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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특급전시 봇물 터지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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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짝수해는 국내, 홀수해는 해외.

미술계의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법칙이다. 외국에서 비엔날레나 아트페어가 두루 열리는 홀수해엔 해외 미술계로 눈을 돌리게 되고, 반대로 비수기인 짝수해에는 국내 전시에 공을 들인다는 것이다. 세간엔 '황금돼지해'라는 속설로 기분좋은 2007년, 미술계는 동시다발적으로 열리는 굵직한 해외 전시들로 마음이 들떠있다. 10년에 한번 열리는 독일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 5년 만에 열리는 독일 카셀 도큐멘타에 이어 2년 만의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이 주빈국으로 초청된 아르코 아트페어가 올해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그간 신진작가와 유명작가의 화려한 행보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한 중견작가의 전시가 봇물을 이룰 예정이다. 올 한해 국.내외에서 눈여볼만한 행사와 전시를 살펴본다.

◆ 해외-이보다 더 다양할 순 없다

올여름 유럽 대륙에서는 나름대로 특색있는 미술 행사들이 줄을 잇는다.

인구 30만이 사는 소도시인 독일의 뮌스터가 6월 미술계 인사와 관람객들로 들썩인다. 10년마다 열리는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6월 16일~9월 20일)때문이다. 올해로 4회째를 맞는 이 행사는 세계적으로 활발히 활동하는 작가들에게 뮌스터라는 도시에 어울리는 작품을 주문해 이를 전시한다. 조각이라는 장르만을 다루는 이 행사에 50만명 이상의 관람객이 찾아온다. 올해엔 데이비드 하몬스.마이크 켈리 등 33명의 작가 작품이 나온다.

비슷한 시기(6월 16일~9월 20일)에 독일 카셀에서는 '도큐멘타 12'가 열린다. 예술에 정치적 혹은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낸 독일 미술의 특성을 바탕으로 특정 메시지를 던지는 동시대 미술을 소개한다. 주로 유럽.아프리카 작가들이 초청된다.

2년에 한번 열리는 베니스 비엔날레는 6월부터 11월까지다. 이번 한국관 전시에는 처음으로 이형구 작가가 단독으로 선정됐다.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몸의 움직임과 결합시킨 '아니마투스'시리즈 등 구작과 신작을 선보인다. 6월 14일부터 5일간 스위스에선 3대 아트페어 중 하나인 바젤 아트페어가 열린다.

이 기간 중 유럽을 도는 여행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김달진미술연구소는 6월과 8월에 베니스-뮌스터-카셀을 방문하는 '김달진 아트 프로젝트'투어를 준비 중이다.

한편 한국이 주빈국으로 초청된 아르코 아트페어는 2월 15일부터 19일까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다. 주빈국으로 초청되면 전시장의 일부를 무료로 제공받아 많은 수의 한국 화랑이 부스를 차릴 수 있다. 또 공연.영화 등 한국문화를 알리는 각종 행사를 열 수 있어 한국을 해외 미술계에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 국내-중견작가의 재발견

자신의 작품 세계를 구축한 절정의 시기에 미술시장의 과열로 되레 소외됐던 40~50대 중견작가들에 대한 관심이 살아나고 있다.

아르코미술관은 4월 16일부터 한달간 중진작가 기획초대전을 연다. 권부문.이옥련.조숙진.최민화 등 해외에서 더 호평받은 작가들로 한국 동시대미술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다.

동화적 상상력과 화려한 색감의 작품을 선보인 사석원은 4월 가아아트센터에서 한국의 산을 주제로 한 대작들을 내놓는다. 우리 주변 풍경을 감성적인 눈으로 포착한 오치균의 작업 전반을 돌아보는 전시가 갤러리 현대에서 9월에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로 선정돼 5월 '올해의 작가 전'을 여는 정연두도 눈여겨 볼 만하다. 타인의 꿈을 사진 속에 담는 사진 연작 시리즈 '내 사랑 지니', 자연에 인공적인 무대를 설치해 낯설게 하는 '로케이션' 시리즈 등과 신작을 선보인다.

한.프랑스 수교 120주년을 기념해 수준높은 해외 전시가 몰렸던 지난해에 비해 올해엔 상대적으로 조용하다. 작고 20주년을 맞아 회화.조각.영상 등 100여점을 전시하는 삼성미술관 리움의 '앤디 워홀 전'(3월 8~6월 3일), 신작을 선보이는 국제갤러리의 '루이스 부르주아 전'(4월 중), 파리 오르세 미술관 소장품을 선보이는 '오르세 미술관 한국 특별전'(한가람미술관.4월 15~9월 2일)이 눈에 띈다.

한편 고 백남준의 1주기(29일)를 맞아 국립현대미술관이 2월부터 한달간 '백남준 1주기 추모전'을, 갤러리 쌈지가 '백남준과 플럭서스 친구들'전을 1월 29일부터 두달간 연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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