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창회장의 「두산호」는 어디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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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전문경영인 체제」­「오너복귀」여부주목/박 전회장­정 회장 협의체제 유지/「페놀쇼크」마무리되면 대폭 인사
정수창 회장이 키를 잡은 「두산호」는 과연 어디로 갈 것인가.
25일 오전 대한상의에서 취임식을 갖고 25개 계열사를 거느린 두산호의 선장이 된 정수창 회장(72)의 경영능력과 두산그룹의 진로에 대해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면서도 재계에서는 정회장 체제가 발등의 불을 끄기위한 일시적이고도 잠정적인 수순이며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박용곤 전회장이나 용오·용성 형제 가운데 한사람이 경영일선에 나와 다시 「오너체제」로 복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세기에 가깝도록 박승직 창업주­박두병 초대회장­박용곤 회장으로 이어지는 3대의 대물림을 해온 점을 감안할때 두산이 전문경영인에게 경영대권을 완전히 맡길 것인가하는 의구심을 갖고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실제적으로는 박전회장과 정회장의 협의체제가 당분간 유지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정회장자신은 24일 기자회견에서 『나는 로봇이 아니다. 소신껏 일할 수 없다면 회장직을 맡았겠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현재의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조직개편과 「먹고 마시는」장사로 일관해왔다는 비난을 씻기위해 과연 업종전환을 시도할 것인가하는데 대한 관심은 크지 않을 수 없다.
그가 과거 40년동안 두산에서 일했던만큼 그룹내 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고는 하지만 최근 10여년을 현장에서 떠나있어 업무파악에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게 지배적 견해다.
재계에서는 정회장이 각 계열사의 현황파악을 마치고 페놀사고가 어느정도 마무리되면 1백60여명에 달하는 임원에 대한 대규모 인사를 하는등 분위기쇄신을 위한 조직개편을 단행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업종전환과 관련,정회장은 『기업의 성과는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드는데 있다』며 『업종변신은 전혀 고려치 않고 있다』고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주인아닌 전문경영인으로 대그룹을 맡은 정회장이 「페놀두산」의 오명을 어떻게 씻고 그룹 총수로서 얼마동안이나 장수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 상황이다.<박의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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