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병공장」 왜 놔두나/김동균 사회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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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직업병 환자 다발업체인 경기도 미금시 도농동소재 원진레이온에서 또다시 이황화탄소(CS□) 중독환자가 무더기로 발생,충격을 주고 있다.
「원진레이온 직업병피해 노동자협의회(원노협)」「산재노동자회」등은 24일 원진레이온 전·현직 근로자 13명이 또다시 이황화탄소 중독환자로 판명됐으며 이중 4명은 89년 10월의 1차 검진에서 이황화탄소 중독증세가 나타났는데도 회사측이 1년6개월동안 유해 작업장에서 계속 작업을 시켜 직업병으로의 이환을 촉진시켰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노동부가 취한 일련의 행동을 보면 과연 노동부가 직업병근절을 위한 의지를 갖고 있는지 회의가 생긴다.
노동부는 원노협 등의 폭로가 있는 직후 『13명의 전·현직 근로자가 직업병으로 판명된 것이 맞다』고 발표했다가 다시 『최근 진단결과가 나온 사람이 13명이며 이중 6명은 이황화탄소 중독으로 확진됐고 3명은 무소견이며 4명은 아직 결과분석중으로 28일께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정정발표했다.
노동부는 또 『이번에 직업병환자로 판명된 근로자들은 원진레이온에 대한 작업환경개선 조치가 있기전인 88년 9월 이황화탄소중독이라고 생각되는 전·현직 근로자 2백68명을 대상으로 계속 실시해오고 있는 정밀진단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이미 「과거의 일」이지 현재상황이 아니다』고 말하고 『더구나 회사측이 방치해 두었다고 한 현직근로자 4명은 작업전환대상이 아니었고 추적검사대상이었으므로 회사측의 과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원진의 많은 근로자들은 노동부의 이같은 「한가한」발언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이들은 노동부가 원진근로자들 사이에서는 70년대초부터 이황화탄소중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으나 88년까지 이를 줄곧 무시해오면서 86년 원진레이온측에 무재해 표창을 수여하는등 「전력」이 있는데다 최근 이황화탄소 중독이 확실한 김봉환씨를 끝내 직업병으로 판정하지 않은 「인색함」을 보여온 점 등을 들어 노동부에 대해 노골적인 불신을 나타내고 있다.
10년이상 「직업병공장」이 말썽을 일으키고 있다면 노동행정이 할일은 무엇일까. 더이상 말로는 안된다.
이황화탄소 배출허용기준을 대폭 강화하고 공장주변지역 주민들에 대한 대규모 역학조사를 실시하는등 믿을만한 대책을 행동으로 보여야 할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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