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의 작품세계 한 눈에|전시회 자료집 도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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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전시회를 계기로 작가의 작품세계와 작가론 등 미술서적 정리작업을 담은 자료집 성격의 전시회 도록이 발간돼 화랑 가에서 새로운 시도로 주목되고 있다.
학고재 화랑(대표 우찬규)은 오는 5월1∼7일 여는 신학철씨(48)전시회에 즈음하여 최근 『현대작가선1 신학 철』을 출간했다.
이 도록은 이번 전시회의 출품작을 컬러화보로 담았을 뿐 아니라 작가의 60년대 초기작으로부터 최근작까지 모든 작품을 연대별로 흑백사진으로 정리했다.
또 지금까지 각종 인쇄매체에 실렸던 평론 등 각종 자료논문을 발굴해 전재했으며 작가약력과 작품목록을 실었다.
총 1백20쪽에 이르는 이 도록은 이같은 정리작업을 통해「작가의 모든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했다.
이같은 자료집 성격의 도록은 몇몇 미술그룹이 10년 또는 20년을 맞아 기념 자료집으로 발간된 예는 간혹 있었으나 개인 전시회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지금까지의 전시회 도록은 대부분이 평론가의「주례사」성격의 서문과 출품작의 컬러사진 정도로 꾸며져 왔다.
이같은 도록은 전시회를 보기 전에 전시회 내용을 알리고, 또 전시회이후 기록으로 남는다는 점에서 중요하지만 한번보고 난 뒤 버리는 경우가 많아 낭비라는 지적도 받아 왔다.
더욱이 경쟁적으로 호화판 도록을 만들어 전시장에서 비싼 값에 파는 작가도 적지 않다.
또 인기작가들이 발간하는 개인 화 집이나 미술전집 류도 대부분 작품사진 위주로 꾸며져 작가에 대한 연구·비평자료로는 미흡한 점이 많다.
이같은 실정과 비교해 볼 때 이번 신학철 도록은 미술 애호가들에게 작가에 대한 깊은 이해를 돕고 앞으로의 작가연구에 기초자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뜻이 깊다.
학고재 화랑은 이번 도록 발간을 위해 화랑으로선 처음으로 출판사 등록(도서출판 학점재)을 하고 자료를 수집했다.
이 도록엔 83년 『계간미술』겨울호에 실렸던 미술평론가 김윤수씨의 신학철론『일상과 역사에 대한 충격적 상상력』등 각종 잡지에 실렸던 작가와 평론가의 글 7편을 찾아내 실었다.
이 화랑은 신학철씨 전시회에 이어 홍선웅·유연복·김준권 3인의 판화전과 서양화가 노완희씨(43)전시회 때도 이같은 도록을 시리즈로 발간할 예정이다.
미술평론가 유홍준씨는『이번 도록은 호화 팸플릿 정도의 값으로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책자형식의 도록』이라고 강조하고『앞으로 많은 중견·중진작가들의 전시회에도 활용되면 미술계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았다.
이번 신학철씨 전시회는 작가의 제l회 민족 미술상(민족미술협의회 제정)수상 기념으로 마련되는 것으로 작가가 9년만에 갖는 개인전이다.
신씨는 이 전시회에 80년대 사회상황을 담은『한국 근대사』연작을 비롯해 농촌과 도시빈민층의 아픔을 담은 사실주의방식의 작품 30여 점을 출품한다.
신씨는 80년대 민족·민중미술 운동에 앞장서 온 대표적인「민중작가」다.
지난 82년 서울 미술관에서『한국근대사』연작으로 첫 개인전을 열어 기존화단에 큰 충격을 주었다. 그해 그는 평론가들이 뽑은「문제작가」와 일간지 미술기자들이 뽑은「제1회 미술기자 상」에 각각 선정됐다.
비교적 과 작인 그는 이후10년 가까이 꾸준히 각종 전시회에 작품을 발표해 왔으나 본격적으로 작품을 한자리에 모은 개인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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