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은/24시간 입출금서비스 “충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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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국내지점 7곳… 22일부터 업무개시/금융시장 개방앞서 「시장선점」 노려
세계적 체인망을 갖춘 미국계 시티은행이 22일부터 아무때나 돈을 맡기거나 찾을 수 있는 ATM(자동입출금기)의 24시간 풀가동체제에 들어감으로써 국내 은행들에 비상이 걸렸다.
시티은행의 이번 고객서비스 강화로 연중무휴 은행을 이용할 수 있게돼 그동안 토요일 반나절,일·공휴일 휴무의 「관습」이 깨지게 됐다.
국내은행들은 이같은 「변혁」을 겉으로는 애써 무시하려 하고 있다. 우리의 금융관습상 그간의 하루 12시간(오전 9시∼오후 9시) 이용가능하면 족하지 밤중부터 새벽까지 현금입출의 필요가 얼마나 있겠느냐는 것이다.
비록 이같은 「변명」이 웬만큼의 설득력을 갖는다 해도 내년으로 예정돼 있는 금융시장개방등의 일정을 감안하면 예삿일로 보아 넘길 수 없는 일임에 틀림없다.
그만큼 경쟁력에 있어 뒤처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ATM의 풀가동과 관련,하워드그린 시티은행 소비자 금융부문 한국지점장(46)은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는 「최고·최선의 서비스」이고,이를 위해 8개월전부터 재무부·한국은행 등과 접촉을 해왔으며 이제 겨우 그 뜻을 이뤘다』고 했다.
현재 시티은행의 지점망은 서울(6개)·부산(1개)에 7개가 있지만 5월2일 오픈하는 여의도지점을 합치면 8개. 이들 모두에 ATM시스팀을 설치,가동하고 있다.
이에 반해 국내은행들은 상업·국민·조흥·외환은행 등에서 하루 12시간(오전 8,9시∼오후 8,9시) ATM을 운영하고 있다. 그나마 전국 지점중 서울의 한 두군데 지점에 국한돼 있을 뿐이다.
국내시중은행의 전산담당 관계자는 이에 대해 『우리의 금융관습상 야간창구의 이용이 거의 없어 설치와 운영에 돈이 많이 들어가는 ATM보다 그 비용으로 3∼4대의 자동인출기를 설치하는게 낫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작년 10월이후 시티은행과 마찬가지로 국내 일부은행들이 12시간 ATM을 운영하기까지의 과정을 들여다보면 이같은 주장은 설득력을 잃는다.
시티은행이 일찌감치 재무부와 한국은행 등 한국 정부에 전일 ATM가동을 승인해줄 것을 요청하자 정부는 이를 일단 막고 국내은행들에 이같은 사실을 「통보」 해준뒤 서두를 것을 「지시」 했기 때문이다.
물론 은행감독원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그런 일을 하지 않은 것은 물론 현재도 국내 어느 은행에 몇대의 ATM시스팀이 가동되고 있는지조차 파악돼 있지 않다고 주장한다. 이유는 승인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국은행의 한 관계자는 『첨단경영기법과 첨단기기 등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에서 훨씬 앞서 있는 외국은행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금리자유화가 최우선 과제』라며 『현재 평균 5%포인트에 이르는 예대마진폭을 좁히는 일이 화급하다』고 말하고 있다. 유럽금융시장에서의 예대마진이 0.5%포인트인 점을 눈여겨 보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같은 견해는 외국은행의 경영기법을 보면 확연해 진다.
시티은행의 경우 92년까지 25개의 지점망 확충을 위한 내인가를 받아놓았음에도 내년중 2∼3개의 지점만을 설치,내년말까지 10여개선의 지점만을 둘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능력있는 인력자원을 확보,부단한 재교육으로 잠재능력을 최대한 발굴해 이를 활용한다는게 인사정책의 기본이다.
이와 함께 고객들을 대상으로 지점별로 업무처리 완료까지의 대기시간등 15∼20개 항목의 설문조사를 매년 실시,이를 업무개선에 활용하고 있다.
외국은행으로서의 핸디캡을 서비스로 좁혀가겠다는 것이다.
과거 일본제 소형차들이 미국 시장에 처음 진출했을 때 미 정부와 업계가 초반에 적절한 대비를 못해 미 소형차시장의 35%를 일본에 내주고 있는 현실을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을 우리 정부와 금융계가 귀담아 들을 시점이다.<이춘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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