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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문화재 관람료 시비 소지 없애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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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올해부터 국립공원 입장료가 폐지됐지만 일부 사찰이 문화재 관람료를 계속 징수해 마찰이 일고 있다. 전국의 국립공원에서 등산객들은 "절 근처에 가지도 않는데 왜 관람료를 내느냐"며 항의했다. 특히 일부 사찰이 2200원이던 문화재 관람료를 3000원으로 무려 36%나 올려 시민들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우리는 국립공원 입장료 폐지가 최상의 선택이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산행을 즐기는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을 배려한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분명 수익자 부담 원칙에 어긋난다. 결국 산에 가지 않는 사람도 세금 형태로 입장료를 내야 하는 것이다. 더욱이 주 5일 근무가 정착되면서 국립공원을 찾는 사람이 급증, 국립공원의 관리나 생태계 보존이 더욱 중요해졌다. 그런데도 입장료를 없앤 것은 대선을 의식한 선심행정이 아니냐는 의혹마저 들게 한다. 물론 이제 와서 국립공원 입장료를 부활시킬 수는 없겠지만 입장료 폐지만이 능사였는지는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문화재 관람료를 둘러싼 시민들과 사찰 측의 마찰도 이해할 수 있다. 시민들로서야 국립공원 입장료가 폐지된 마당에 문화재 관람료를 챙기는 사찰 측이 야속할 것이다. 사찰과 멀리 떨어져 있어 문화재 관람과는 관계가 없는 곳에서 돈을 받는 것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문화재를 관리.보존해야 하는 사찰 측의 입장도 이해는 해줘야 한다. 사실 정부는 그간 문화재 지정만 해놓고 관리는 나 몰라라 해온 게 사실이다. 그런 정부 대신 사찰과 불교계가 국보와 보물급 문화재를 관리해온 점은 인정해야 한다. "문화재 관람료는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한 최소 비용"이란 불교계의 주장에 일리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문제는 상식과 순리로 해결해야 한다. 우선 매표소를 사찰 입구로 옮겨 등산객들은 관람료를 내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관람료를 폐지하는 대신 문화재 관리 및 보존 비용을 정부가 보조하는 것을 고려해볼 만하다. 이 방법이 불교계나 시민 모두가 이기는 상생의 윈-윈 해결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