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김없는 미 대통령 소득·납세/문창극 워싱턴특파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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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주 미국 주요일간지에 조지 부시 미대통령과 댄 퀘일부통령의 지난해 총소득이 공개됐다.
미국에서는 매년 4월15일까지 모든 국민이 각자의 소득과 세금납부 내용을 국세청에 보고하게 되어 있다.
이에 따라 두 사람도 세금보고서를 작성,백악관 당국이 이를 일반에 공개했다.
부시대통령의 지난해 소득은 모두 45만2천8백달러.
세부내용을 보면 대통령연봉이 20만달러이고 재산신탁에서 27만7천여달러,은행이자 1만9천여달러,주식배당금 1만여달러 등으로 돼 있다.
수입계정에는 부인 바버라여사가 리더스 다이제스트지에 기고해 받은 1천달러,부시대통령의 자서전 인세 7천42달러까지 포함돼 있다.
이 소득보고서는 부시대통령이 지난 여름 케너벙크 대통령 별장에서 백악관 출입기자들에게 베푼 파티경비 6백66달러를 「사업을 위한 지출공제항목」에 적어놓고 있다.
이 파티는 정부예산이 아니라 대통령 호주머니돈으로 연 것이기 때문에 일종의 사업경비로 간주해 세금공제를 요구한 것이다
물론 대통령이나 부통령이 이같은 세금보고서를 공개해야 할 의무조항은 없다.
이와 비슷한 예로 대부분의 상·하원 의원들도 자신의 수입과 지출이 모두 파악되는 이 세금보고서를 자신의 지역구등에 공개하고 있다.
역시 법적으로는 그럴 필요가 없지만 만일 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가는 지역구 경쟁자 등쌀에 견딜 수 없게 된다.
수입을 감추는 것은 더러운 돈이 있기 때문이라고 공격할때 감당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갖가지 교묘한 방법으로 수뢰하여 물의를 빚는 정치인이 없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금융실명제가 실시되고 있는 미국에서는 조금 큰 뭉친돈이라면 끝내 추적을 받을 수 밖에 없도록 제도가 갖추어져 있다.
한국의 경우 공직자재산등록법이 있으나 흐지부지한 상황이고 금융실명제도 여러 이유로 끝내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한국공직자들의 부정한 돈은 제도적으로 감시할 방법이 없다.
한국도 다음 선거때부터는 자신의 수입지출 계정을 떳떳이 공개하는 후보에게 우선 표를 찍는다면 비록 제도는 미비하더라도 국민의 힘으로 깨끗한 정치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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