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병(4)|부정 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정상인의 심장은 1분에 60∼1백 회씩 규칙적으로 뛴다. 심장박동은 말초동맥에서 맥박으로 만져지게 되는데, 맥박이 굉장히 빠르거나 너무 느리거나 또는 불규칙하게 뛰는 경우가 있다. 이같이 심장박동이 리듬을 잃고 흐트러진 현상이 부정 맥이다.
서울대 의대 최윤식 교수(순환기 내과)는『부정 맥은 심장 안에서 전기자극을 형성하며 전달하는 자극 전도 계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우리 몸은 우측 심방 위쪽의 동결 절이란 곳에서 매분 60∼1백 회의 전기자극이 만들어지고 이것이 심장근육에 전달됨으로써 심장이 수축이완을 거듭, 혈액 순환이 이뤄진다. 부정 맥은 이같은 전기자극이 잘 형성되지 못하거나 자극전도가 순조롭지 않아 나타나는 현상이다.
부정 맥 환자는 가슴이 뛰거나, 어지럽고, 정신을 잃고 쓰러지거나, 운동할 때 숨이 차고 가슴이 아픈 증상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부정 맥으로 인한 증상은 환자에 따라 느끼는 정도가 다르므로 증상의 경중으로 부정 맥의 위험성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최 교수는 강조한다.
부정 맥은 그 발생 부위에 따라 심실상성부정 맥·심실성부정맥으로 구분된다. 심실상성 부정 맥에는 심방조기수축·발작성빈 맥·심방조동·심방세동 등 이 있으며 심실 성 부정 맥에는 심실조기 수축·심실빈맥·심실세동 등 이 있다. 또 분당 심 박수가 1백20∼3백 회 이상을 빈 맥, 45회 이하를 서 맥이라 한다.
이중 가장 위험한 것이 심실세동. 울산대의대 이종구 교수(서울중앙병원 심장센터 소장)는 『심실세동이 생기면 심장의 기능이 완전히 마비돼 의식을 잃게 되고 3∼4분 이내에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하게 된다』며 이런 환자는 세동 제거로 치료해야 한다고 말한다.
부정 맥은 특별한 원인 없이 발생하기도 하나 심장질환·폐 질환·약물부작용 등으로 발생한다. 또 정상인의 경우 흡연·코피·정신적 흥분·운동 등으로 생기기도 하므로 부정 맥 증상이 나타나면 병원에서 심장 검사를 통해 병의 유무와 원인을 확인해야 한다.
부정 맥 진단은 심전도 검사, 훌터·모니터 부착 검사, 운동부하 검사, 임상전기 생리학적검사 등 네 가지. 이중 가장 기본적인 검사는 심전도 검사로 이의 분석을 통해 대부분의 부정 맥을 정확히 진단할 수 있다. 임상전기 생리학적 검사(EPS)는 심장 내 여러 부위에 전기자극을 주어 이에 대한 반응을 분석하는 검사 법으로 정확·정밀하다.
EPS법을 이용하면 진단·치료가 어려운 부정 맥을 진단해 낼 수 있음은 물론 치료방향·치료 효과의 판정까지도 가능하다.
부정 맥은 약물치료·심박 조율 기(심장 박동기)·심장전기 충격·외과적 수술 등으로 치료받을 수 있다. 빈 맥에 의해 심장이 심하게 뛰거나 어지럽거나 급사의 위험성이 있는 환자는 항부 정맥 제를 투여하는 약물치료를 받는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10여 종류의 항 부정 맥제가 사용되고 있는데 부작용도 적지 않다. <문경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