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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중심을 바로 잡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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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그럼에도 국정홍보처의 TV 공익광고는 수출 3000억 달러 돌파,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예상, 한국인 유엔 사무총장 탄생으로 대한민국은 누가 뭐래도 바로 가고 있다는 항변이다. '부동산 말고는 꿀릴 것이 없다'는 대통령의 당당함과 맥을 같이한다.

밝은 면을 부각하려는 당국의 충정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수출이 느는 이상으로 수입이 늘고, 수출이 늘어도 수출실익이 줄어들고, 국내산업에의 파급효과 또한 갈수록 미미해지는 데 우리의 고민이 있다. 가장 큰 수출시장 중국에 대한 수출은 완제품보다는 원자재나 자본재가 주종이고 공장을 해외로 옮겨가는 것도 수출 실적으로 잡힌다.

원화 강세로 달러 표시 1인당 국민소득은 2만 달러에 다가가고 있지만 교역조건 악화로 실제 국민들 호주머니에 들어오는 국민총소득(GNI)은 늘지 않거나 줄어드는 경향이다. 양극화로 상대적 빈곤감은 더욱 심화되고 국내소비는 침체된 가운데 해외소비만 기승을 부린다.

한국인 유엔 사무총장은 분명 국가적.개인적 영예지만 국력 신장의 징표로 과다한 의미 부여는 무리다. 국력 덕분이라면 우리보다 못한 가나와 페루.이집트.미얀마에서 사무총장이 줄줄이 배출된 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지지율 10%대의 선장이 이끄는 대한민국 호는 민족 및 자주 포퓰리즘으로 그 정체성이 상처 받고, 북핵실험으로 안보불안이 고조되는 가운데 엔진이 감속하며 구조적 저성장 국면에 빠져들고 있다. 진로를 고쳐 잡아 안보 위기를 해소하고, 사회 대통합으로 성장동력을 복원.확충시키는 발판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점에서 2007년은 대한민국 운명의 해다.

대통령은 남북관계만 잘되면 '다른 것은 깽판 쳐도 좋다'고 말했었다. 북한은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하려 들고 6자회담 재개 전망은 안개 속이다. 북한 군사력을 '심각한 위협'으로 간주한 2006년 국방백서는 참여정부 대북 유화정책이 실패했다는 자기고백으로 들린다. 전시작전통제권의 한.미 공동행사는 우리의 생존을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군사주권과는 별개의 문제다. 이를 자주국가의 체면과 '대외적 말발' 차원으로 접근하며 대중에 호소하는 것 자체가 포퓰리즘이다.

국민을 편 가르고, 나라 안보의 근간을 흔들며 외교적 고립을 자초하고, 민생을 외면하며 국가경제의 성장동력을 훼손한 것만큼 더 큰 직무유기도 없다. 부동산은 정책대응보다 집값을 잡아야겠다는 '정치'가 앞서 문제가 더 꼬이고 있다. 가계대출 부실의 뇌관을 잘못 건드리면 외환위기보다 더 큰 위기를 자초할 수도 있다. 언론의 악의적 선동 때문에 민심의 90%가 돌아섰다고 판단한다면 이는 국민에 대한 모독이다. 열린우리당이 지방선거 완패를 거듭하며 5년 만에 간판을 내려야 하고, 대통령에게 표를 찍은 유권자의 61%가 후회한다는 판에 언론 탓 운운은 설득력이 없다.

대통령은 당파를 초월해 경제 살리기에 매진하고, 한.미 FTA 성사에 리더십을 발휘하며 공정한 국정관리자로 임기를 마무리함이 순리다. 보수 대 진보, 냉전수구 대 평화개혁의 2분법은 시대착오적이다. 대북접근에서 채찍과 당근은 조화돼야 하며 채찍질할 때는 모두가 보수주의자가 되고, 포용할 때는 모두가 진보주의자가 되는 실용적 접근이 요구된다. 2008년은 대한민국 건국 60주년이다. 선진 대한민국으로 도약하느냐,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리느냐는 갈림길에 서 있다. 북한 핵보다 우리 내부의 친북반미 세력이 더 위협이라는 지적이 섬뜩하다. 지역감정이나 '북풍', 반미정서가 선거에 악용되지 않도록 국민적 역량을 결집하고 그 저력을 대내외에 과시하는 한 해가 돼야 한다.

변상근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