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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탐험가 허영호씨 새해 첫날 '구사일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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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탐험가 허영호(52)씨가 초경량 비행기를 타고 국토 종단 왕복 1100㎞ 단독 비행에 나섰으나 엔진 이상으로 바다 위에 불시착했다. 허씨는 근처를 지나던 선박에 의해 구조됐다.

완도해경에 따르면 허씨가 조종하던 '스트릭 쉐도우'는 1일 낮 12시10분쯤 전남 완도군 청산도 남쪽 4.3마일 해상에 비상착륙했다.

허씨는 비행기의 엔진이 갑자기 꺼지자 5분여 동안 활공한 끝에 항해 중이던 파나마 선적의 3385t급 LPG 운반선 '가스하모니'호 (선장 양광선) 옆에 내려앉았다. 탐험대 매니저인 최재명(62)씨는 "목적지인 제주도 성산읍 신천목장에서 대기 중이던 일행에게 허씨가 무전으로 '엔진에 이상이 생겨 항해 선박 근처로 활공하겠다'고 알린 뒤 불시착했다"고 밝혔다. 허씨는 "엔진이 덜덜 떨리고 방향타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아찔했지만, 해상에 큰 배가 보여 구조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에 불시착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바다 위로 떨어진 순간에도 잠수복과 구명조끼를 입고 있어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 불시착한 뒤 기체 위로 올라가 구조를 기다리던 허씨는 선원들에게 발견돼 곧바로 구조됐다. 기체는 사고 40여 분 만에 바다 밑으로 가라앉았다.

여주 이글비행장을 이륙하기 직전의 허영호씨. [연합뉴스]

그는 "제주도까지 비행을 마치지 못해 성원해 준 분들에게 미안하다"며 "기회가 되면 재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완도해경은 비행기가 150~500m 고도로 시속 150~160㎞로 날던 중 비바람을 만나 기체가 흔들리면서 엔진이 꺼진 것으로 보고 있다.

허씨는 정해년을 맞아 여주~화성~공주~전주~완도~제주 왕복 1100㎞ 비행에 도전했다. 오전 8시쯤 경기도 여주군 금사면의 이포 이글비행장을 이륙, 오전 9시40분쯤 전주에 내려 기름을 넣은 뒤 오전 10시20분쯤 다시 이륙했다. 1995년 남극점.북극점과 에베레스트를 비롯한 세계 7대륙 최고봉을 정복한 허씨는 98년 초경량 비행기 조종면허증을 딴 뒤 매년 10차례 이상 하늘을 날았다.

완도=이해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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