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의 아내는 … 쓴소리 … 그림자 내조 … 동지적 관계 …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한나라당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부인 김윤옥(60)씨는 '가정 내 야당'이다. 이 전 시장이 붙인 별명이다. "행사 스케줄을 빡빡하게 잡아 사람들을 기다리게 하지 마세요." "열 개를 다 잘 하려 하지 말고 대여섯 개라도 최선을 다하는 게 어떨까요." 김씨의 입에선 이 전 시장이 듣기 거북해 하는 얘기가 술술 나온다. 참모들은 "성격이 급한 편인 이 전 시장에게 마음의 여유를 갖도록 하는 데 부인만 한 분이 없다"고 말했다.

고건 전 국무총리의 부인 조현숙(69)씨. 국문학을 전공한 그는 문인이다. 1999년엔 에세이집을 냈다. 워낙 성격이 조용해 언론 노출을 아주 꺼린다. 조씨는 "공직자의 아내로 늘 몸가짐에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그게 몸에 밴 것 같다"고 말한다. 대신 거의 매일 술을 마시는 남편을 위해 아침상에 속풀이 콩나물 해장국을 내놓는 일상의 내조에 치중한다.

한나라당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외투 주머니에는 늘 돌돌 말린 두루마리 휴지가 들어 있다. 가래가 잘 끓는 남편을 위해 부인 이윤영(61)씨가 챙겨둔 것이다. 이씨는 1970년대 말 손 전 지사가 시국사범으로 수배를 당하자 약국을 운영해 살림을 꾸린 '또순이'다. 손 전 지사가 6월 퇴임 후 '민심 대장정'을 벌일 때는 직접 밤샘 운전을 하며 속옷을 날랐다. 그는 "남편의 빨래를 편지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곤 했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전 의장의 부인 민혜경(51)씨는 결혼 후 시어머니와 시동생들을 모두 뒷바라지했다. 민씨는 "내가 생각하는 내조는 남편이 할 수 없는 일을 메우는 것"이라 말한다. 정 전 의장이 대변인 등으로 중앙정치 무대에서 활동할 때는 지역구 행사나 경조사를 도맡아 챙겼다. 끼니마다 '밥'을 찾는 남편을 위해 직접 청국장을 만들기도 한다.

김근태 의장의 부인 인재근(54)씨는 남편만큼이나 유명한 재야운동가 출신. 김 의장이 고문당한 사실을 국제사회에 알려 남편과 함께 로버트 케네디 인권상을 수상했다. 결식아동 돕기 봉사단체인 '사랑의 친구들' 운영위원, 한반도재단 내 이웃사랑 봉사단장 등 직함만 10여 개에 달한다. 그래선 주변에선 "부부라기보다 동지적 관계"라고 평한다.

대선 예비주자 중 유일한 여성이자 미혼인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에게는 동생 지만(49)씨 내외가 든든한 내조자이자, 외조자다. 2004년 뒤늦게 결혼한 지만씨는 2005년 아들을 낳아 박 전 대표로부터 "집안 대를 잇게 됐다"는 '칭찬'을 들었다. 사업가인 지만씨는 박 전 대표가 1998년 보궐선거에 출마하며 정치에 입문하자 체어맨 승용차를 선물해 '누나 사랑'을 과시했다.

이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