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는 값 내리고 국산차는 오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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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와 국산 고급차의 가격 차이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 중저가 엔트리급 수입차의 출시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올 한해 고급차 시장을 놓고 국내 완성차업체와 수입차업체 간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원고/엔저 동반 현상으로 인해 가격 인하 여력이 커진 수입차 업체들이 추가로 가격 인하에 나설 경우 내수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국내 완성차업체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일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에 따르면 국산 고급차(그랜저 이상의 준대형 및 대형 SUV)와 수입차의 평균가격 차이는 지난 2005년 1월 5800만원에서 지난해 10월 4100만원으로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수입차의 평균가격은 9300만원에서 8600만원으로 7.5%(700만원) 떨어진 반면 국산 고급차의 경우 3500만원에서 4500만원으로 28%(1000만원)나 올랐다.

특히 국산 고급차중 최저가 모델이 1869만원의 2리터 뉴그랜저 XG에서 2587만원의 2.7리터 그랜저로 상향 이동하는 등 국산 고급차의 가격이 전반적으로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국산 대형차와 수입차의 가격 차이가 줄어든 이유는 상대적으로 값싼 엔트리급 수입차가 속속 출시되면서 전체적인 수입차 가격을 인하시켰기 때문으로 보인다.

수입차 엔트리급 모델은 같은 기간동안 40개에서 52개로 크게 늘어났다. 2006년 폭스바겐은 제타를 새롭게 선보였고 골프와 파사트에 디젤 라인업을 추가했다. 푸조도 디젤모델인 307 SW HDi를 선보였다.

또 저가 혼다는 2.4리터 신형 CR-V를 지난 10월, 2.0리터 시빅을 11월 출시했다. 이 모델은 모두 2000만원에서 5000만원 미만의 모델로 국산 준대형급 이상의 모델들과 경쟁하고 있다.

반면 국산 완성차업체들은 수입차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성능, 품질, 디자인 등 차량 고급화에 나서다 보니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현대차는 2006년 3월 5000만원에 육박하는 그랜저의 최고급 트림인 S380을 출시했고 기아차는 같은해 6월 고급 사양이 대폭 추가된 '더 넥스트 오피러스'(5580만원)를 출시하면서 수입차 고객을 흡수하고 있다.

10월에는 현대차가 럭셔리 유틸리티 차량(LUV)이란 새로운 고급 컨셉트의 베라크루즈를 출시하며 수입 SUV와 본격 경쟁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이에 따라 고급차 시장을 놓고 국내 완성차업체와 수입차업체 간의 '시장 뺐기'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수입차 시장이 올해 처음으로 5%를 돌파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최리군 연구위원은 "과거에는 국산차 시장과 수입차 시장이 별개인 것으로 인식됐으나 가격 차이가 줄어들면서 두 그룹간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며 "올해는 두 그룹간의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수입차업체들이 가격 인하 전략에 나설 경우 가격경쟁 격화에 따른 국산 고급차의 수익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최 연구위원은 "현재 수입차 업체들은 AV시스템을 끼워주거나 무상점검 기간을 늘리는 등 비가격요소를 중심으로 경쟁하고 있다"며 "하지만 원화 강세에 따른 환차익 확대와 자국 시장 판매가격보다 2배 정도 높은 가격을 고려할 때 가격 인하 전략을 활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 연구위원은 "수입차 업체들이 일제히 가격 인하에 나서면 고급차 시장의 가격경쟁이 격화되는 동시에 국산 고급차의 수익성은 하락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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