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삶과 추억] 伊 설치작가 마리오 메르츠 사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1960~70년대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일어난 '가난한 미술(아르테 포베라)' 운동의 기수였던 설치작업가 마리오 메르츠가 지난 9일(현지시간) 토리노에서 사망했다. 78세.

메르츠는 전통적인 미술 형식이나 도상의 사용을 거부하고 미술이 상업적으로 변질되는 것에 반대했던 사람으로 유명하다.

'작품'이나 '작가'라는 개념 자체를 무시하고 헌 신문지나 폐품 등 생활 속에서 얻을 수 있는 사소하고 평범한 물질을 재료로 삼은 그는 현실에 대해 발언하는 참여미술의 성격이 강한 작업을 선보였다.

그가 이런 볼품 없는 일상의 흔적을 귀하게 생각한 것은 플라스틱이나 금속 등 세련되고 매끈한 물질을 소재로 사용하며 세상과 따로 가는 70년대의 개념미술이나 '최소한의 미술(미니멀 아트)'에 대한 반동이라고 볼 수 있다. 죽은 나무 다발과 흙, 빈 병과 돌 등으로 구성한 81년 작 '시간에 기초한 건축'은 메르츠가 이상으로 삼았던 현실 참여적인 미술을 엿보게 한다.

메르츠는 이탈리아의 정치적 현실을 재료와 구성 속에 반영한 것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80년 '아르테 포베라'의 주요 회원들이 연 전시회 '논쟁과 통합'에선 다른 미술가들과 함께 "이 전시는 이탈리아, 나아가 유럽의 지배적인 정치적.문화적 상황에 대한 미술가들의 반동이요 비판이며 응답"이라고 주장했었다.

메르츠는 80년대 이후 선사시대의 동물들 이미지나 소용돌이 치는 나선형의 이미지들을 쓴 평면작과 거대한 설치작들을 선보이며 최근까지 활발한 활동을 했고, 이런 활동을 인정받아 올해 일본 미술협회가 제정한 '프레미움 임페리알레'상을 받기도 했다.

정재숙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