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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 부족…세계 '경제빈혈'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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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산업의 쌀' 철강이 모자란다. 중국 때문이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10일 중국에서 최근 수년간 철강 수요가 급증하는 등의 요인으로 내년께 세계적인 철강 공급 부족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의 철강전문 컨설팅사 월드 스틸 다이내믹스(WSD)에 따르면 내년 1분기에 철강 공급 부족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은 85%에 이른다.

국제철강협회(IISI)는 2001년 세계 철강 수요의 22%를 차지했던 중국이 내년에는 전세계 수요(9억3천6백만t)의 31%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표적 국제 철강시세인 중국의 열연강판 t당 수입 가격은 지난해 1분기 1백95달러에서 올 1분기 3백75달러까지 치솟았다. 지난 2분기에는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등의 영향으로 3백23달러로 떨어졌으나 3분기 들어 다시 꾸준한 오름세를 보이며 3백30달러까지 회복했다.

철강 공급 부족과 국제가격 상승에는 세계 철강업계에서 일어난 지난 수년간의 인수.합병(M&A) 붐도 한몫했다. 대형화한 철강업체들이 높은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생산을 조절하기 때문이다. 1990년대 후반 유럽에서 철강업체의 합병이 시작되더니 지난해 2월에는 프랑스와 스페인.룩셈부르크의 철강업체가 합쳐 세계 1위의 거대 철강회사 아셀로(Arcelor)로 재탄생했다. 지난해 9월에는 일본의 NKK와 가와사키제철이 합병, JFE스틸이 되면서 세계 3위로 떠올랐다. 세계 1, 3위 철강업체의 순위가 합병으로 뒤바뀌면서 우리나라 포스코는 4위로 밀려났다.

포스코경영연구소 곽강수 연구위원은 "거대 규모의 철강회사들이 연이어 합병하면서 생산조절 기능이 커지고 가격 결정력이 커졌다"며 "중국의 철강 수요까지 감안하면 내년 철강 시세가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FT는 지난해 3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경영난에 허덕이는 미국 철강업계를 위해 수입 철강에 최고 30%의 관세를 부과한 것도 결국 철강가격의 전세계적 상승 효과를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덕분에 90년대 말까지 부진을 면치 못하던 철강회사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WSD의 조사에 의하면 세계 35대 철강업체들의 올해 세전 수익은 지난해 대비 10% 이상 많아질 전망이다.

철강회사들의 주가도 크게 오르고 있다. 철강 관련 FTSE 지수는 올해 40% 급등했으며 2000년 말 최저점과 비교하면 1백50% 올랐다. 이중 네덜란드 이스팟(Ispat)의 주가는 지난 1월 이후 1백28%, 러시아 철강업체 세바스탈은 94%, 일본 JFE스틸은 70% 이상 뛰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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