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 아시아 통신 98% 장애 완전 복구에 2 ~ 3주 걸릴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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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히터 규모 6.7의 강진이 발생한 대만 남부 헝춘에서 26일 밤 구조대원들이 주택가의 무너진 건물 잔해를 수색하며 생존자를 찾고 있다. 이번 지진으로 최소 2명이 숨지고 44명이 다쳤다.[헝춘 AFP=연합뉴스]

26일 대만 남부 해안을 강타한 지진으로 인명 피해는 크지 않았으나 통신 장애로 아시아의 금융 허브인 홍콩 외환시장의 해외거래가 중단되는 등 혼란이 벌어졌다. 이번 지진은 대만 남부의 전자.정유 공장을 중심으로 일부 인명.재산 피해를 냈다.

피해가 가장 컸던 헝춘(恒春)시에서는 집 세 채가 무너지면서 주민 10여 명이 매몰됐다. 이 가운데 두 명이 숨지고 나머지는 구조됐다. 도시 곳곳에서 화재가 발생했으며 3000가구에 전력 공급이 끊겼다.

남부 항구도시 가오슝(高雄)에서는 중유(中油)공사 정유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가오슝항 당국은 "지진이 난 뒤 항만 수역에 높은 파도가 일기는 했으나 선박.컨테이너.설비 등은 아무런 피해를 보지 않았다"고 전했다. 수도 타이베이(臺北)에서도 건물이 흔들리는 등 진동이 감지됐다. 이날 지진은 홍콩에서도 미세하게 느껴졌다.

지진으로 대만과 홍콩 주변의 해저 광케이블이 손상돼 아시아 지역에서 국제전화와 인터넷이 불통되는 등 피해가 컸다고 AP통신이 27일 보도했다. 대만 최대 통신회사인 중화텔레콤은 27일 "여러 나라가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는 대만 해역의 7개 케이블 중 2개가 손상됐다"고 발표했다. 이로 인해 대만에서 홍콩.말레이시아.싱가포르.태국 등을 연결하는 통신망의 98%가 장애를 겪었다. 또 대만과 한국.중국.일본.미국을 잇는 통화 회선도 일부 손상돼 통신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다.

회사 측은 "손상된 케이블을 완전히 복구하는 데 2~3주 걸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통화 품질은 곧 개선될 것"이라며 "해저 케이블을 끌어내 배 위에서 수리한 뒤 다시 가설하는 작업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홍콩의 은행들은 전용선을 이용하는 경우 문제가 없으나 일반 회선을 이용한 결제시스템은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들은 자체적으로 결제시스템에 피해가 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홍콩의 통신회사인 PCCW는 해저 케이블 손상으로 중단된 통신채널을 복원하기 위해 중국 등을 거치는 우회 선로를 이용하기도 했는데, 이 때문에 중국의 인터넷 통신 사정이 매우 열악했다. 중국 CC-TV는 푸젠(福建)성 등 중국 남부지방의 900만여 명이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2대 통신회사인 차이나넷컴의 한 관계자는 "인터넷 접속 장애가 지진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 국영방송 CC-TV는 중국 최대 통신회사인 차이나텔레콤이 위성을 통해 통신망을 연결하는 방안을 놓고 미국과 유럽의 통신회사들과 협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통신회사 NTT도 1400개 전화 회선과 84개 국제통신 회선이 지진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통신회사 KDDI는 "대만 해역의 해저 케이블을 사용하는 일본과 인도.중동 간의 국제 통화가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이들 지역으로의 국제전화는 미국과 유럽으로 우회 연결하고 있다고 전했다.

NTT도코모.KDDI.소프트뱅크 등 일본의 3대 통신회사가 제공하는 휴대전화 국제 로밍 서비스는 대만 등 일부 지역에서 서비스되지 못하고 있다고 일본 정부가 밝혔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서울=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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