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경제] 환경 등 공익 중요시하는 기업이 미래가치 있다고 생각해 투자하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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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틴틴 여러분. 사회책임투자(SRI: Socially Responsible Investment) 펀드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나요. 아마 여러분의 부모님 중에도 SRI 펀드에 투자하고 계신 분이 있을 거예요. SRI 펀드는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라는 의미예요.

기원이 명확하지는 않지만 SRI는 '돈에도 윤리가 있다'는 관점에서 운동으로 시작됐대요. 1920년대 미국 감리교회를 중심으로 술.담배.도박 등 이른바 '죄악 주식(sin stock)'에는 투자하지 말자는 캠페인에서 출발했다고 합니다.

SRI가 급부상한 것은 70년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에 반대하는 펀드가 생기면서부터래요. 70년대부터 미국.유럽의 많은 노동조합과 종교계 펀드가 남아공 기업이나 남아공과 거래하는 기업에 투자하기를 거부했죠. 80년대엔 환경문제가 대두하면서 SRI의 관심이 윤리에서 환경으로 넘어갔고, 이후 기업의 경제적.환경적.사회적 책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투자로 발전한 거죠.

SRI는 앞서 밝혔듯 '사회책임투자'로 번역돼요. '사회책임'이라고 하니까 사회공헌.자선활동.시민운동 등을 떠올리곤 하는데, 그건 오해랍니다. SRI는 기업의 재무적 정보 이외에 환경.사회.지배구조 등 비재무적 정보를 함께 고려합니다. 이 때문에 최근 유럽과 미국의 금융사들은 SRI를 '지속가능투자(SRI: Sustainable & Responsible Investment)'로 바꿔 부르고 있죠.

SRI는 역할에 따라 ▶기업이 사회.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투자대상을 결정하는 사회적 스크리닝(Social Screening) ▶'장하성 펀드'처럼 주주로서 권리를 적극 활용해 기업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주주 행동주의(Shareholder Advocacy) ▶아직 미미하긴 하지만 인류 공영과 지역사회 발전에 목적을 둔 지역사회투자(Community Investment) 등으로 구분돼요.

아직 생소하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SRI 펀드가 펀드 시장의 큰 축이라고 합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운영 중인 SRI 펀드는 600여 개. 2005년 말 현재 유럽에 300여 개, 미국에는 200여 개의 SRI 펀드가 있어요. 미국의 SRI 펀드 규모는 95년 6390억 달러(약 595조원)에서 2005년 말 현재 2조2900억 달러로 네 배 가까이 급성장했어요. 미국의 전체 펀드 투자자금의 9.4%에 해당하는 규모죠.

유럽에서도 99년 연기금의 지속가능투자법이 통과된 이후 본격적으로 성장해 최근 6년간 2.2배가 늘어난 2413억 유로(약 294조원)가 SRI 펀드에 투자되고 있어요.

그렇다면 SRI 펀드는 수익률과 상관없이 공익만을 우선하는 펀드일까요.

세금이 아니라 보통사람들 돈을 모아 투자하는 펀드인데 그럴 리가 있나요. SRI 펀드가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가치를 평가하는 등 리스크 요인을 한번 더 고려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수익률이 더 좋아요.

미국의 대표적인 SRI지수인 DJSI(Dow Jones Sustainability Index.다우존스 지속성장가능성 지수)의 경우 94년 이후 MSCI World Index(미국.유럽 등 선진국 중심 지수)보다 22.68% 초과 수익(2006년 6월 기준)을 내고 있어요. 연평균 2% 이상의 수익을 더 낸 셈이죠. 영국에서 출시된 SRI 펀드인 '애버딘 에시컬 월드펀드(Aberdeen Ethical World Fund)'는 6월 현재 최근 1년 수익률이 21.09%를 기록했어요. 비교 대상인 FTSE World 지수(11.32%)를 9.77%나 웃도는 수치죠.

그러나 국내 SRI 펀드는 아직 걸음마 단계예요. 펀드 설정액을 다 합쳐도 2000억원에 못 미치죠. 전체 성장형 펀드(약 30조원)의 1%도 안 되는 수준이에요.

게다가 SRI 펀드가 사는 종목이 일반 대형주 펀드가 사는 종목과 별다를 바가 없다는 것도 문제예요. 아직 국내에서는 SRI 취지에 맞는 기업을 골라내기가 쉽지 않아요. 지속가능 보고서를 작성하는 기업이 많지 않은 데다 지속가능 관련 국내 대표지수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에요.

그렇지만 장기 투자 수익률을 추구하는 데다 도덕적 차원에서 투자의 명분도 내세울 수 있기 때문에 국민연금 등 연기금을 중심으로 SRI 펀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어요. 따라서 SRI 펀드 규모는 점차 증가할 것으로 보여요.

교보증권은 SRI 펀드의 시장규모가 2007년에는 1조5000억원, 2011년에는 5조원 수준까지 늘어난다고 전망하기도 했어요.

미래학자 퍼트리샤 애버딘은 베스트셀러 '메가트렌드 2010'에서 자본주의 미래가 어떻게 바뀔지를 보여 주는 새로운 트렌드 일곱 가지 중 하나로 'SRI의 시대'를 선정했어요. SRI 펀드, 아직은 생소하지만 앞으로는 펀드 시장의 큰 줄기가 될 거예요.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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