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자유언론 있고 없고의 차이(장두성칼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뉴스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가장 냉소적으로 답하는 견해는 뉴스란 기자가 신문에 보도하는 모든 것이라는 것이다. 권위주의시대에 독재자와 그의 수하들은 분명 이런 견해의 신봉자들 이었다.
그래서 이 뉴스는 빼고 저 뉴스는 크게 실으라는 식의 언론조작을 당연하듯 강요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 조작의 결과 아무리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라도 신문에 보도되지 않으면 뉴스가 되지 않는다고 그들은 믿었던 것이다.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신문에 난 보도를 모조리 믿지 않고 심하면 보도를 거꾸로 보는 경향이 생기기도 했다. 그런 뉴스관이 팽배해질 때 유언비어가 난무하게 되고 진실은 왜곡,또는 실종되고 마는 것이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언론을 천직으로 여기는 언론인들은 유신이래 그 암담한 세월속에서도 감시의 눈을 피하기 위해 온갖 잔재주를 동원해 진실을 알리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해왔다고 자부한다.
그 결과가 국민들에게는 크게 미흡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사죄함이 마땅하지만 그래도 5공 이후에 나타난 비리의 대부분이 5공 당시 어떤 형태로든 보도되었던 것은 사실이다. 6월 항쟁 또한 분노한 민중의 힘이 이룬 승리지만 신문도 이에 기여한 것이 사실이다. 그 과정에서 희생도 치렀다.
필자가 4월7일 신문의 날을 앞두고 이 글을 쓰는 것은 암흑기 언론의 역할을 구차하게 변명하려는데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가 지향하고 있는 새로운 사회,새로운 질서를 위해 언론은 과거를 돌아보아 자성하고 자정함으로써 신문이 본연의 역할을 다하도록 노력해야 함을 다짐하려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뉴스란 기자가 자의적으로 보도하는 것이라는 위험스런 냉소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 하려는 것이다.
그렇다면 뉴스란 어떤 것이어야 되는가. 그것은 「조직된 여론」을 전달하고 이에 근거해서 기자의 직업적 양식으로 감시와 계도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권위주의시대의 강압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언론은 여론과 권력층으로부터 다같이 비판받고 있다. 여론쪽에서는 아직도 언론이 힘센자의 시녀노릇을 한다는 견해가 크게 줄어들지 않은 것 같다. 그런 일반적 의혹속에서 특정 사건의 피해자는 신문이 어느 특정 이익집단만 대변하고 있다는 구체적 비난이 쏟아져 나온다.
요즘은 뜸해졌지만 88,89년까지만 해도 어느 한 집단에 대한 비판적 기사가 나가면 사실여부와 관계없이 협박·공갈조의 전화가 걸려왔다. 그래서 한때는 권력의 반대방향으로부터 오는 「역의 언론탄압」이 위협으로 작용했었다. 지금도 신문에서 제대로 비판할 수 없는 성역이 권부아닌 사회 일부에 남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가하면 의원뇌물외유,수서·두산사건 등 연이은 대형사건을 둘러싸고 정부와 여당쪽에서 심각한 수준의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 요지는 이렇다. 이렇게 사회의 치부를 낱낱이 파헤치면 결국 우리 사회체제에 대한 불신을 고조시켜 체제 자체가 위협 받게된다. 그렇게 될때 언론이 설땅은 어디에 있는가. 언론도 체제의 일부가 아닌가.
옳은 말이다. 그리고 언론 또한 보도경쟁을 기본속성으로 하기 때문에 때로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사실인양 포장해서 보도하는 경우도 있는게 사실이다. 이 점은 언론 스스로도 자제하고 반성해야 한다. 그러나 권력쪽에서 신문을 비판하는 기본적 시각에는 동의할 수 없다.
우리 사회체제가 위협을 받아서는 안된다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체제가 안고있는 부정과 비리는 그것을 파헤치는 것이 체제 자체의 건강을 위해 필요한 것이다. 그것이 들춰지지 않고 적당한 선에서 축소된 채 덮여진다면 그것이야말로 결국 체제의 안위를 위협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권력이든,그 수단인 관료체제든간에 감시의 눈이 느슨해지면 오만해지고 경직되는 것이 동서고금을 통해 변함없는 원리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진실로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지향하고 있다면 정치권력 외곽의 다른 모든 사회조직과 함께 언론의 비판기능도 활발히 움직여야 된다고 믿는다. 서구 민주주의가 동구의 공산체제를 총 한발 안쏘고 압도할 수 있었던 것은 체제의 유연성 덕분에서다.
경직성체제가 현실변화에 적응할 능력을 잃은데 비해 유연성체제는 자본주의·관료조직의 경직화를 막은 결과인 것이다.
그런 실증을 보면서 필자는 우리 체제의 건강을 위해서는 권력자들이 언론의 기능이 체제를 위협한다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믿는다. 언론이 만약 특정기사를 보도함에 있어 그 결과를 하나 하나 걱정할 때 그것은 어용언론은 수 밖에 없는 것이며 그렇게 되면 앞서 지적한 체제의 유연성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앞으로 잇따른 정치행사를 앞두고 언론과 정치권력 사이에 많은 갈등이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언론에 대한 반발이 여러 형태로 나타날 것도 충분히 예상되는 것이다.
그러나 권력측은 언론의 기능을 바로 봐야할 것이다. 6공의 치적중에 언론자유의 신장은 높은 점수를 받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언론과 권력의 갈등은 체제의 약화가 아니라 강화에 도움이 된다는 기본인식을 갖기를 바란다.<주필>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