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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입법 팽개치려나/이제나 저제나… 3년 묵은 숙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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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여권갈등·정부 강경파 걸림돌/여야 협상도 “흔적 남기기” 인상/두 김씨 「처리합의」 성사 불투명
13대국회 개원이래 3년간 끌어온 개혁입법처리의 갈림길이 될 4월 임시국회의 15일 소집이 확정됨에 따라 여야는 4일부터 이에 대한 협상에 착수한다.
중진회담을 창구로한 협상이 실패하면 보안법·안기부법 등 개혁입법은 13대 국회임기중 「미제」로 끝날 개연성이 높아 민자·평민당의 자세변화가 관심이다.
6월의 광역의회선거후 한차례 임시국회가 더 예상되지만 그때간들 여야간의 극적 자세변화가 없는한 지난 3년간 안되던 개혁입법처리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 9월의 정기국회는 14대 국회의원선거(내년봄) 바람에 묻혀 예산이외는 다른 사안을 처리하기 힘들어 사실상 이번이 개혁입법을 처리할 마지막 기회다.
여기에다 개혁입법 처리여부가 6월의 서울·부산 등 5개 직할시·도의회(광역)선거에서 쟁점으로 부각될 수 밖에 없다는 이유 등으로 여야가 협상의지를 돋우고 있다.
「수서」,뇌물외유사건으로 정신을 못차린 지난 1월의 임시국회와 달리 이번 임시국회를 정치복원속에 운영하자는 여야의 일치된 시각과 협력체제를 다짐한 양김씨(김영삼 민자당대표·김대중 평민당총재)의 입장공유가 협상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양김구도」에 의한 개혁입법 완성의 이미지를 얻기 위해 양김씨가 대구에서 개혁입법을 처리키로 합의한 바도 있어 극적 타결을 끌어낼 것이라는 추측도 흘러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타결전망은 불투명하다. 민자·평민당의 협상테이블은 광역선거를 의식한 명분축적용이 될 수밖에 없다는 비관적 전망이 여전히 우세하다.
뿐만 아니라 민자당내 민정·공화계는 두김씨의 정국주도에 제동을 거는 차원에서,또 정부의 강경세력들도 실질적으로 현행 법체제의 대폭 개정을 바라지 않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김영삼 대표가 이런 한계속에서 민정·공화계로부터 이 문제의 주도권을 얻어내기가 쉽지 않다. 김대중 총재도 재야일부와 통합해 「신민당」이란 새 간판을 내걸려는 마당에 개혁입법에 단호한 재야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때문에 양김씨의 1일 대구회동 합의문중 「이번 임시국회에서 개혁입법 마무리」 항목은 이같은 자신들의 한계를 염두에 두고 『이만큼 노력했다』는 흔적을 남기자는 의도라는 지적도 있다.
정당개입이 허용된 광역의회선거가 임박한 것도 타결을 어렵게 하는 요소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 평민당은 협상 실패의 책임을 민자당에 돌려 이를 선거쟁점으로 적극 부각시키기 위해 기존입장의 고수쪽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의 협상이나 논의과정에서 여야는 쟁점부분에 대해 일정수준 의견접근을 보아왔다. 1월 임시국회에서 국가보안법의 경우 찬양·고무·동조죄를 엄격히 제한,국가안전위해때만 적용토록 합의했으며 반국가단체의 개념 재정리 문제에도 의견을 접근시켰다.
그러나 평민당이 개방화 추세에 맞추기 위해 현행법의 폐지와 「민주질서보호법」으로 대체하자는 주장은 절충가능성이 없다.
안기부법은 국회에 새로 정보위원회를 설치해 국회의 감시기능을 강화하고 정치활동을 규제하자는 정도외에는 진전되지 못했다. 야당측의 수사권 축소요구에 대해 지난 1월 임시국회에서 서동권 안기부장은 『국가정보기능 축소는 국가안보와 이익에 차질을 줄 염려가 있는만큼 안기부의 기능이 그대로 보장되고 미국·독일같이 정보위원회를 설치,안기부 운영을 통제하는게 바람직하다』고 반대입장을 재확인했다.
안기부법·보안법의 개정에 관한 정부측과 여야의 이같은 정략적 태도에 대해 여야 평의원들과 사회적으로 비판의 소리가 높다.
여야가 전부 아니면 전무식의 논리에서 이들 법을 개정하지 않음으로써 현행 법체제에 따른 피해자를 계속 양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차선의 방향에서나마 법개정이 이루어졌다면 당연히 구속되지도 않을 사람들이 계속 피해를 보아야 하는 사태를 여야가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국회에서 민자당이 반드시 처리하려는 법은 개혁입법이 아니라 경찰청법이다.
1월 임시국회때 내무위에서 여당 단독 통과후 법사위에 남아 있는 경찰법은 경찰위원회 구성방식 및 경무관급 이상에 대한 경찰위원회의 임명동의권 문제를 쟁점으로 남겨놓고 있다.
평민당은 기존입장에 변화가 없어 민자당은 7월1일 경찰청 독립이란 일정을 내세워 다시 단독통과할 수 밖에 없다는 방침을 숨기지 않고 있다.
개혁입법을 처리하지 않으면 13대국회는 그 임무에 소홀했다는 비난을 면할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여론의 압력과 명분에도 불구,지자제 선거법·국회의원선거법·정치자금법 등 정치적 실리와 관계있는 법안들 때문에 개혁입법처리는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많다.<박보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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