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일 싫어하며 일본 문화 즐긴다/뉴욕타임스 「두얼굴」 지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수십만 가정에 일 TV 안테나/정치·기업도 제도모방 열올려
한국 사람들은 겉으로는 일제잔재와 일 문화 침투를 배격하면서도 실제로는 일 문화에 빠져들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지가 1일 지적했다.
수백만 한국인이 인공위성을 통해 침투되고 있는 일본 방송을 다투어 시청하고 있고 정치인들과 기업인들이 일본의 제도와 전략을 모방하려 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소개했다.
이 신문은 수십만 한국 가정이 일본의 반공영방송인 NHK를 수신하기 위해 접시안테나를 설치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일본 방송을 시청하는 사람들은 과거 일본의 식민지배 시절 일본어를 유창하게 배운 노인세대도 있지만 젊은 전문직업인들도 많다고 소개했다.
이들외에 많은 어린이들은 일본의 어린이만화나 일본인들의 왜곡된 역사관을 담은 다큐멘터리나 드라마 등을 즐겨본다고 이 신문은 전하고 있다.
이 신문은 한국인들의 이같은 일본 텔리비전 시청붐을 일본의 문화적 침투라고 자탄하면서도 사적으로는 수백만명이 일본 뉴스나 사무라이 오페라·영화 등을 즐겨 시청하고 있다고 말하고 이같은 혼란된 감정은 한국인들이 인정하는 것 이상으로 여러분야에서 모방하기에 열중하고 있는 일본에 대한 복잡한 감정을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예로 이 신문은 정치지도자들이 일본을 모델로한 내각제를 거론하고 있고 대기업들이 일본이 이미 실험한 전략을 공개적으로 추구하고 자신의 기술발전단계를 일본의 자로 재려는 태도 등을 들었다.
한국인들의 일본 텔리비전 시청붐에 정부도 별다른 대책을 세우고 있는 것 같지 않다고 보도한 이 신문은 김진무 문화부 예술국장의 『이는 자연적 현상이고 이를 규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말을 인용했다.
일본의 텔리비전 전파가 지상에서 발사되지 않고 인공위성에서 발사되기 때문에 한국이 이를 차단할 길이 없다고 말한 이 신문은 그러나 문화적 오염에 대한 불평보다는 일본 인공위성의 궤도수정으로 일본 텔리비전을 잘 볼수 없는데 대한 불평이 더 많음을 지적했다. 많은 시청자들이 75만원에서 3백만원이나 하는 강력한 접시안테나를 구입,일본 TV시청난을 해결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신문은 이어 일본의 많은 민영텔리비전국들이 인공위성방송을 시작하고 있어 밤에 방영되는 나체장면이나 천박스런 유머들이 한국 가정에 침투할 우려가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이 일본 문화에 문을 열어주는 또다른 징후로 이 신문은 일본에선 성행하고 있으나 한국에선 불법으로 과거같으면 징역감인 가라오케 술집들의 번성과 일본 성인용만화 번역론의 범람,이에 대한 문화부의 단속외면 등을 들고 방송에서 과거 일본어의 사용허용도 지적했다.<뉴욕=박준영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