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항만 포화 상태 해소 시급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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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주차장과 다를 바 없는 고속도로, 항구 밖에서 며칠씩 하역 순서를 기다려야하는 항만 시설 포화 상태.
도로·철도·항만 등 사회 간접 시설의 부족이 기술 개발·산업 인력난과 함께 우리 경제의 국제 경쟁력 약화의 주요 요인으로 꼽혀온 지는 오래다.
정부는 상황이 이처럼 어렵게 되자 작년 가을 이후 대책을 서둘러 최근 대통령 직속 기관으로 사회 간접 자본 투자 기획단을 설치했다. 이와 함께 올해 이미 예산에 확보된 2조5천억원 외에 공채 발행·세계 잉여금 등을 통해 1조원의 추가 재원을 마련키로 하는 한편 민자 유치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 간접 시설 투자는 한두해의 반짝 투자로 끝날 일은 결코 아니다.
교통부의 추산에 따르면 서울·부산 등 대도시의 교통 혼잡과 고속도로·항만 등의 교통망을 증설하지 않을 경우 95년부터 경제적 손실액은 매년 평균 2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또 심각한 정체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경부고속도로의 수송 능력은 이미 한계를 넘어섰고 지역간 교통도 95년부터는 호남고속도로를 뺀 경부·호남·동서철도, 고속도로 전구간이 정상 수송 기능을 상실해 교통 체증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교통이 막힘으로써 가져오는 손실은 한둘이 아니다.
수출 비용의 상승 못지 않게 물가만 해도 물류 비용을 크게 늘려 최근의 농수산물 가격 상승도 운임비 증가와 장기간 수송으로 신선도가 떨어져 그만큼 폐기 물량이 늘어나는 탓도 적지 않다.
또 사회 간접 자본 시설만큼 정확한 장기 수요 예측과 사전 계획을 요구하는 것도 없다. 최근 전력 수요가 급증하자 한전이 장기 전원 개발 계획으로 2006년까지 원자력발전소 l8기를 짓겠다고 발표했으나 입지 선정도 어려운 판에 계획이 제대로 시행될까 의문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의 올해 도로·항만 투자 계획도 그 시급성은 분명하지만 2백만호 주택 건설, 기술 개발 투자 확대 등과 맞물려 인력·자재난 등과 관련, 인플레의 가속화가 우려되고 있다. 장기 계획 속에 미리부터 추진해올 일을 갑자기 서두르다보니 나타나는 현상들이다. <이춘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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