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매맞고 자란 어린이 범죄자 될 확률 높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가정은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1차적인 학습 장소다. 그러므로 어릴 때부터 매맞고 자란 어린이들은 커서도 자녀 구타자나 아내 구타자·범죄자가 될 확률이 매우 높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어린이 학대는 피해자 개인의 신체적·정신적 손상 뿐 아니라 폭력 자녀를 키워내 사회를 파괴하는 문제까지 낳는다는 점에서 심각한 사회 문제의 하나로, 해결돼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 아동 학대 예방 협회 주최 세미나에서 발표자 김광일 교수 (한양대 의대)는 『우리 나라에는 가정 폭력의 빈도가 매우 높고 그 정도도 심각하나 아직은 이에 대한 관심이 희박하다』며 계몽과 전문적 교육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특히 지방자치가 실시되면 지역의회와 지방 정부가 관심을 갖고 지역 공동체 문제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참석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김 교수는 어린이 학대의 주요 유형인 구타란 교육적인 체별이 아니라 의도적이고 계획적이며 반복적으로 심하게 때리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실제 부모의 구타로 서울의 모 병원에 치료하러가 사망한 어린이가 6명이나 될 만큼 심각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가 4년 전 초교 3∼4학년 아동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해동안 심하게 구타당한 어린이가 8·2%, 가벼운 구타를 당한 어린이는 58%나 됐다.
학대를 당한 어린이는 두통·복통·야뇨증·불면증 등의 신체 이상을 보일 뿐 아니라 자살소동·정신병·수면 거부 등의 심리적 증상, 등교 거부·도벽·폭행·가출 등의 행동 장애 증세를 두드러지게 보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한 어린이 개인의 문제 못지 않게 심각한 문제는 폭행이 악순환 된다는 점. 김 교수는 히틀러의 예를 들며 매를 맞고 자란 아이가 다음 세대 독재자로 될 가능성까지도 있다며 상담소·대피소·법 의원·경찰·법조계가 유기적으로 연계해 지역 사회 단위로 어린이 학대에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협회가 지난 2년 동안 어린이 학대와 관련돼 상담 받은 건수는 총 51건. 이중 어린이에게 학대를 가한 사람은 아버지가 22건 (43%)으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 어머니·계모가 각각 9건 (18·1%)이었으며 친가 친척이 7건이었다.
상담은 부모나 친척보다 지역 주민의 신고에 의한 것이 가장 많았고 (l9건) 그 다음으로는 어머니 17건이었다. <문경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