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 차별 가혹 행위 희생자가 아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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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16면

3월2일 (일부지방 3일)자 중앙일보 18면에 난 기사 중 미국 라스베가스에 관광차 갔던 한국인이 그곳 구치소에서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는 보도를 보고 그 이후 우리 언론에서 아무런 보도가 없어 이 글을 쓰게 되었다.
기사에는 관광객 임계빈씨가 풍기 문란죄로 체포된 뒤 2주 동안 가족에게 연락이 되지 않다가 찾아간 통역관에게 배와 목의 통증을 호소한 뒤 사망한 것으로 되어 있다. 임씨 본인은 카지노 안에서 슬롯머신 게임을 하던 중 떼밀려 넘어지며 팔꿈치로 한 백인 여성의 젖가슴을 친 것으로 주장했다 한다.
진상 여부는 가려보아야 알겠지만 설사 피의자가 경찰의 주장대로 외설적 행동을 해 풍기 문란죄로 기소됐다하더라도 2주간이나 가족 접촉이 허용되지 않았고 그후에 배와 목의 통증을 호소한 후 갑자기 사망했다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무리 중한 범죄를 지어도 유죄가 증명되기 전까지는 (그 이후에도) 피의자의 인권을 보장한다는 미국 사회에서 일어난 일 치고는 여러 면에서 의혹이 가는 점이 많다.
미국 사회를 꽤 알고 있는 본인으로서는 미국 경찰이 황인종인 동양인이 백인 여자에게 추행을 하였기 때문에 (사실일는지 모르나) 인종주의적인 감정에서 감옥 안의 피의자에게 구타 내지는 어떤 가혹 행위를 가하여 사망케 하였을 가능성도 크다고 본다. 원색적이고 폭력적인 인종 차별이 횡행하는 미국 사회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정부는 이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특히 우리 언론들이 끈질기게 진상을 파헤쳐야 한다. 이것은 앞으로 미국을 여행하려는 우리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정부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비록 피의자 임씨가 좋지 못한 라스베가스의 도박장에서 당한 일이기는 하지만 이런 일이 일어날 소지는 어디에나 (특히 미국 내에서는) 있다. 만일 이 사건이 미국 경찰에 의한 살인행위라면 이에 대한 강력한 항의와 강경한 대응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사업상미국을 여행하는 한국인 모두가 앞으로 또 똑같은 일을 당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강영후 <서울 도봉구 쌍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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