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차분히 치른 「풀뿌리」선거(지난주의 뉴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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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서울 강남 투표율 40% 미달/페놀여파로 「두산불매」 확산
낙동강 식수오염 파동과 지방의회 의원선거가 겹쳐 어수선한 분위기속에 바쁘게 지나간 한주였다.
특히 두산그룹의 페놀방류사건은 최근 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이 한층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발생,국민들의 끝없는 분노를 자아냈고 두산제품 불매캠페인을 통한 범국민적 저항으로 전례없이 확산되는 새로운 양상을 나타냈다.
또 30년만에 부활된 기초의회 의원선거는 유권자들의 무관심속에 55%라는 비교적 낮은 투표율이었지만 불법·타락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풀뿌리 민주주의에 한가닥 희망을 가질 수 있어 다행스러웠다.
○말단 공무원등 13명 구속
○…1천만 영남권 주민들은 물론 전국민에게 큰 충격과 고통을 준 낙동강 식수오염사건의 검찰수사가 두산전자 관계자 6명,대구환경청 말단공무원 7명을 구속하는 선에서 마무리돼 다시 한번 실망을 안겨줬다.
특히 형사처벌대상은 안된다 하더라도 행정적·정치적 책임을 묻고 납득할만한 후속조치가 필연적으로 뒤따라야 했음에도 대구시장과 환경처장관 등에 대한 문책이 「유보」되어 「책임질줄 모르는 정부」임을 또다시 드러냈다.
이 때문인지 시민·사회단체들의 반발·규탄의 강도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았고 두산그룹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도 소비자단체를 중심으로 급속도로 번졌다.
경실련등 33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수도물 페놀오염대책 시민단체협의회」는 박용곤 두산그룹 회장·허남훈 환경처장관을 검찰에 고발한데 이어 29일에는 두산그룹의 대표적 제품인 OB맥주 쏟아버리기등 불매운동에 앞장섰고 30일에는 규탄대회를 열기도 했다.
이처럼 민간 사회단체들이 온 국민들의 공감대속에 한목소리로 목청을 돋우며 자구운동에 나선 것은 처음있는 일로 민주화시대의 새로운 시민운동 양상이란 점에서 주목할만한 일이었다.
또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전국 16대강의 오염실태가 새삼 사회문제로 등장하는등 가장 심각하면서도 성장일변도 정책에 밀렸던 환경오염문제가 본격적으로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특기할만한 일이었다.
○투표보다 개표장서 열기
○…26일 실시된 기초의회 의원선거가 많은 화제를 뿌리며 무사히 끝났다.
4천3백4명의 마을일꾼을 뽑는 이번 선거는 4백93개구 6백14명이 무투표당선되고 그중 1명은 타후보자 매수사건으로 구속된 뒤 사퇴,실제로는 9천3백49명중 3천6백89명을 이날 선거로 선출했다.
투표율이 「도저촌고」로 나타났고,특히 서울의 강남·강동 등 중산층 아파트 밀집지역인 8학군 4개구 투표율이 모두 40% 이하였던 점은 여러 면에서 아쉬운 여운을 남겼다.
그러나 투표보다 개표장의 열기는 훨씬 높았고 동점 낙선,한표차 낙선 등 많은 진기록을 남겼다.
당선자들도 다양해 동서기·경찰관 출신이 있는가 하면 25세의 최연소 당선자는 미혼여성이었고,81세의 노인이 노익장을 과시하기도 했으며,TV탤런트·코미디언·야구선수출신 후보 등도 있었다.
특히 이번 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 금품수수·관권개입 등 부정·타락·불법선거운동이 적게 나타나 고무적인 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이같은 양상은 유권자들의 외면속에 과열될만한 요소가 없었는데다 정부의 공명선거 의지·정당불간여 등 외부적인 여건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어서 과연 정당공천제가 실시되는 광역의회 의원선거와 총선거까지 이같은 공명선거 분위기가 계속될지는 속단할 수 없다는게 중론이었다.
○유괴사건 수사 진전없어
○…국민들의 관심이 온통 식수오염·지자제선거에 쏠린중에 투표일인 26일아침 마무리공사중이던 팔당대교가 준공 5개월여를 앞두고 무너져내려 국민들을 놀라게 했다.
또 구정국교생 이형호군(9) 유괴살해사건도 공개수사 초기에는 많은 목격자·제보자가 나타나 한때 범인검거가 수월할 듯 보이기도 했으나 대형사건에 묻혀 국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면서 수사도 진전을 보지 못해 부모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권일 사회부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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