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수 방류 쉽게 용서해선 안될 일(신동구-서울 서초구 방대3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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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두산 전자의 폐수 방류로 인한 낙동강 페놀 오염 사태는 대기업과 정부 환경 당국이 함께 대다수 국민 건강을 위협했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던져준다.
법정 기준치 이상의 페놀이 함유된 물 속에 금붕어를 넣어두었더니 3시간40분만에 죽어 버렸다는 시험 결과까지 대하고 보니 기업 윤리는 막론하고라도 폐수방류 당사자들의 기본적인 인간성마저 의심스러워 진다.
오늘의 두산 그룹이 있기까지 우리 국민들은 필름·맥주·콜라를 사주며 아낌없는 성원을 보냈었다.
그런데 국민의 도움으로 성장한 두산 그룹이 일부 악덕 업체들이나 했을 법한 유독 폐수 방류를 서슴지 않다니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극심한 배신감을 느끼게 된다.
물론 아랫 사람들이 상부지시 없이 한 일이라 잘 몰랐다거나 폐수 방류는 타 기업체들도 모두 하고 있다는 식의 변명도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국민의 분노를 부채질하기 보다 두산 그룹측은 무조건 백배사죄하고 경험히 국민의 용서를 구해야 한다.
이번 사태는 기업측보다 오히려 정부 행정 당국의 책임이 훨씬 크다.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식수원을 관리하는 사람들이 정기적인 검사를 소홀히 함은 물론 유독 폐수 방류를 알고도 눈감아준 혐의가 짙다하니 이제 국민은 누구를 믿을 수 있겠는가.
더구나 국민만 몰랐을 뿐 이런 사례는 얼마든지 더 있다하니 정치·경제의 혼란을 가중시킬 줄만 알지 우리 정부는 국민을 위해 하는 일이 한 가지나 있는지 묻고 싶다.
정부측은 관계자들을 소환 조사하고 몇 사람 자리 갈아치우는 것만으로 이번 사태가 잠잠해지길 기대한다면 큰 오산이다.
철저한 진상 규명과 함께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되지 못하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국민들도 이번만은 그리 쉽게 용서하고 넘어가선 안 된다. 국민이 얼마나 무서운지 따끔하게 보여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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