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 푸대접이 부실통계 초래/조작 드러낸 통계행정 현주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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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전문인력 태부족 임시직 많아/조사원 일당 8천6백원 불과
이번 「상주인구 부풀리기」사건은 결국 우리나라 통계행정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준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그동안 통계의 중요성은 입버릇처럼 강조돼 왔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올해부터 국가기본통계를 다뤄오던 경제기획원 조사통계국이 청으로 승격됐지만,달라진게 거의 없다. 지자제실시를 앞두고 각종 지역통계의 필요성은 날로 증대되고 있지만 엄두도 못내고 있다.
인구 1천만명의 거대수도인 서울시에 통계담당관실(과급)은 있지만,이른바 통계전문직은 별정직 1명밖에 없을 정도로 일선 행정기관의 통계전문인력은 절대 부족이다.
인구주택총조사등 13개의 전수조사를 비롯,국가정책 및 계획수립의 기초자료로 쓰이는 41개의 기본통계를 「생산」해내는 통계청에는 2월말 현재 본청·지방사무소를 합쳐 1천6백55명의 직원들이 일한다. 그런데 이중 37.2%인 6백20명이 임시직(일용)이다.
국내외 각 기관에서 만드는 여러 통계를 관리하고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통계정보시스팀(KOSIS)이 지난 1월에 개통되는등 통계의 작성과 관리에 필요한 인력은 계속 늘어나야 하는데도 정식직원으로 채용할 인원이 제한돼 있어 임시직을 쓸 수 밖에 없다.
기본통계의 1차적 생산자인 일선 행정기관의 손발은 더욱 제한돼 있다.
각 시·도마다 통계담당관실을 두고 있지만 통계전문직을 두고 있는 곳은 손으로 꼽을 정도다. 일부 시·도는 전산담당관실에 전문직도 없는 통계계만 두고 있다.
말단행정기관인 읍·면·동 사무소직원들은 평상시에도 맡은 일과 민원에 시달린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런 특별대가도 없이 매년 상주인구조사를 하라는 지시는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
『사실 철거재개발로 아파트단지가 헐리는 경우가 아니면 상주인구수를 줄이지 않습니다. 줄였다간 대뜸 부실조사라는 지적을 받기 때문입니다.』
한 일선 동사무소 직원의 솔직한 이야기다.
10일동안 평균 1백20가구씩 직접 돌면서 가족수·성별·연령·혼인여부 등을 자세히 조사해야 하는 인구·주택총조사원의 하루 일당은 90년 센서스때 교통비·점심값을 합쳐서 8천6백원.
건설현장 일용잡부임금의 3분의1 수준에도 못미치는 이 일당으로 90년 인구주택총조사때도 한때 조사요원의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90년 센서스의 1인당 예산이 0.74달러임에 반해 미국은 10.5달러(90년),일본은 1.4달러(85년),캐나다 4.5달러(81년)로 큰 차이가 난다.
지자제 실시를 앞두고 각종 지역통계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통계청은 최근 이 문제를 내무부와 협의하려고 했는데,내무부관계자가 참석하지 않아 회의자체가 열리지 못했다. 지방의회가 구성되면 각종 지역통계에 의해 해당 자치단체의 예산·사업 등을 심의해야 하므로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상황인데도 인식수준이 그 정도다.
통계청은 제약된 여건아래서도 보다 정확한 통계를 생산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다. 현실과 괴리가 있다고 지적을 받고 있는 통계의 개선작업을 하고 있으며 통계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통계연수원과 통계연구원 설립도 추진중이다.
사회가 다양화될수록 기초통계의 필요성은 증대되는만큼 이번 사건을 계기로 통계의 중요성을 민·관 모두 인식해 더 늦기전에 투자를 늘려야 할 것이다.<양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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