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재소 벌채인부 탈출 늘자 처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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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모스크바 뉴스지 「특수기관원 만행」 폭로/체그도민서 만여명 억류생활/도망자 비밀감옥에 감금·고문
북한이 소련의 하바로프스크지역에서 소련과의 합작 벌목사업을 해오면서 북한 벌채인부들의 탈출이 늘어나자 사업소내에 감옥을 만들어 탈출인부들을 체포해 고문하거나 처형해온 사실이 소련언론에 의해 폭로됐다.
개혁파 주간지 모스크바뉴스지는 17일자에서 『지난 60년대 합작벌목사업이 시작된 이래 해마다 북한 벌채인부 50∼60명이 소련망명을 위해 탈출하고 있으나 이들중 대부분이 소련에서 활동중인 북한 정치보위부 요원에 의해 체포·압송되며 현지에서 처형된 사례도 있다』고 현지 소련이민국 및 군관리들과 소련에 망명한 북한고위 인사들의 말을 인용,보도했다.
이 주간지는 『심지어 소련여성과 결혼해 자녀까지 둔 사람들도 붙들려 압송당하고 있다』고 전했다.
모스크바뉴스지의 스타니 슬라브 그루키노프기자(하바로프스크특파원)는 「체그도민의 감옥」이라는 기사에서 『북한의 소련영토내 감옥이 하바로프스크내 체그도민이라는 마을에 있으며 소련의 행정력이 미치지 않아 이 감옥의 존재사실이 소련내에서 조차 알려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기사에 따르면 체그도민에는 현재 북한 벌채인부 1만1천여명이 작업하고 있으며,이들은 모두 2중철책으로 둘러쳐진 합숙소에서 북한 사회안전부등 기간요원들의 감시아래 기거하고 있다는 것.
이 주간지는 특별감옥이 벌목사업소내 외진구석에 있는 1층 목재건물에 있고 출입구에는 경비대근무실이,감옥의 주변과 내부는 또다른 철조망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감방하나에 10∼15명씩 수용돼 있었다고 보도했다.
또 비밀감옥내 작은방은 총살형을 기다리는 도망자들을 수용하는 곳이며 북한 사회안전부소속 경비병들은자 이들 수용자들을 마구 때리거나 고문하고 있다고 87년 6월부터 89년 9월까지 체그도민 벌목장에서 일하다 도망친 한철길 북한근로자의 말을 인용,폭로했다.
이 주간지는 또 익명의 전직 북한간부의 말을 인용,『체그도민 강가에서 토막난 북한 벌채인부의 시체가 떠오르기도 했으며 북한정치보위부의 활동은 모스크바를 비롯,소련내 다른 지역에서도 자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전직북한간부는 소련공산당 2차대회가 끝난 56년이후 모스크바에 유학중인 북한대학생들이 김일성 개인숭배에 강한 의심을 제기하자 북한은 특수요원을 외교사절로 위장,모스크바에 특파해 많은 유학생들을 불법으로 잡아갔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는 이중 한 유학생이 자신의 대학 기숙사에서 특수요원들에게 포승으로 묶인채 모종의 주사를 맞은뒤 얻어맞았으나 압송직전 가까스로 탈출한 적도 있다고 주장했다.
모스크바뉴스지는 이와 함께 『양국간 벌목사업은 그동안 두나라 관계의 흐름에 따라 중단되기도 했으며 올봄에 다시 계약을 연장하기로 했다』고 밝히고 『최근에는 체그도민지역에서 북한인들이 외화벌이를 목적으로 금괴밀수를 하거나 사향채취를 위한 노루사냥으로 부근의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모스크바뉴스지의 스타니 슬라브 그루키노프 기자는 『언제까지 소련에서 자행되는 북한당국에 의한 인권유린 문제를 「사회주의적 동지관계」라는 이름아래 눈감아 줄 것인가』고 반문했다.<김국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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